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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감독 변승욱 | 출연 한석규, 김지수, 이한위, 정혜선 제작 오브젝트 필름 | 배급 시네마서비스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114분 | 2006 상영관 메가박스, CGV, 서울극장 마냥 씩씩해 보이는 모습의 혜란(김지수)은 사실 사는 게 참 버겁다. 동대문에서 명품 의류의 디자인을 베껴가며 밤낮없이 장사에 열심이지만 아버지가 남긴 5억 원의 빚 때문에 독촉 전화를 받기 일쑤다. 사는 게 힘들기는 인구(한석규)도 마찬가지. 겉으로는 동네 약국을 운영하며 별 탈 없이 살아가는 듯 해도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형(이한위)을 돌보느라 결혼에도 실패한 외로운 사내다. 그런 혜란과 인구가 서로에게 조금씩 호감을 느껴간다. 하지만 사는 게 버거운 둘에게 사랑은 참 힘들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프레시안무비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의 가장 큰 미덕은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사랑 이야기란 점이다. 대부분의 사랑영화는 주인공의 사랑을 묘사하는 데 있어 운명의 엇갈림이나 계급적 차이를 통해 그 사랑에 장애와 갈등을 부여하는 것이 보통이다. 개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맞설 수 없는 운명적 장애나 계급적 갈등은 두 사람의 사랑에 보다 극적인 긴장감을 부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들의 사랑을 현실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영화를 상투적인 신파로 빠뜨리는 함정이 되기도 한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그런 운명적 장애나 계급적 갈등과는 거리가 멀다. 혜란과 인구의 사랑은 우리 보통 사람들의 사랑과 다를 바 없다. 일단 그들은 누구나 첫눈에 보고 사랑에 빠질 만큼 수려한 외모를 가지거나 잘 나지 않았고 때때로 삶에 허덕이며 괴로워하는 보통사람들이다.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는 외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내면적 문제에서 발생한다. 혜란은 앞으로도 한참 남은 빚을 갚아야 하는 형편에서 인구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기 힘들고, 인구는 자꾸만 자기에게서 도망가려는 혜란을 그저 바라보고 있기가 힘이 든 것. 그러나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의 만듦새는 영화의 진심을 뒤쫓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을 이야기하돼, 지나치게 상투적인 설정으로 일상을 그려낸 점은 아무래도 거슬리는 부분이다. 때문에 영화는 인물의 감정을 매끄럽게 끌고 나가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다. 영화의 소재나 의도에 비해 에피소드나 사건 구성은 너무 관습적인 것. 보다 느린 있는 호흡으로 장면마다 여유롭게 관조하는 시선을 남겨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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