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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좋아해 好きだ

감독 이시카와 히로시 출연 미야자키 아오이, 에이타, 니시지마 히데토시, 나가사쿠 히로미 수입,배급 스폰지 | 등급 12세 관람가 시간 104분 | 2006년 | 상영관 스폰지 하우스(시네코아) 짝사랑이라도 한번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좋아해'라는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숱한 떨림을 이겨내야 하는 지 알고 있을 것이다. <좋아해>는 그 열띤 기억을 고스란히 스크린 위에 불러내는 영화다. 17살의 고등학생 유(미야자키 아오이)는 강둑을 지나다 혼자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요스케를 발견하고 가만히 그의 곁에 앉는다. 이제 막 운동을 접고 기타에 빠진 요스케(에이타)는 언제나 늘 같은 소절을 되풀이해 연주할 뿐이다. 그 후 하교 후 강둑에서 가만히 기타 연주를 즐기는 시간은 둘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어 간다. 서로에게 점점 끌리는 마음을 느끼던 유와 요스케는 그러나 반년 전 사고로 연인을 잃은 유의 언니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한 채 헤어진다. 그리고 17년 뒤, 음반회사의 영업직원으로 무료하게 살고 있던 34살의 요스케(니시지마 히데토시) 앞에 우연히 유(나가사쿠 히로미)가 다시 나타난다.
좋아해 好きだ ⓒ프레시안무비
세상에는 이미 사랑을 소재로 다룬 영화가 무수하게 많지만 <좋아해>는 그 중에서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가져다 주는 가슴 벅찬 미열과 아릿한 감정을 가장 잘 그려낸 영화라 할 만하다. 누군가와 나란히 앉아 시간을 보내는 일은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특별할 게 없는 일이지만 옆에 앉은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면 그 의미는 금방 달라진다. 아무 말도 없이 흘러가는 그 고요한 순간, 애써 태연한 체 하는 가슴 속에서 우주는 커다랗게 숨을 쉬고 시간은 폭풍처럼 흘러가기 마련이다. <좋아해>의 카메라는 조용히 그 작은 우주의 진동을 포착해 낸다. 영화는 강둑에서 멀리 떨어져 17살의 유와 요스케를 가만히 응시한다. 흘러가는 구름을 따라, 요스케의 서투른 기타 연주를 따라 <좋아해>는 유와 요스케의 가슴 떨림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조용한 화법으로 내면의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의 솜씨가 신비롭다. 영화가 꽤 오랜 시간 특별히 아무 말이 없는 유와 요스케의 작은 움직임만을 비추는 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17살의 유와 요스케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그 얼마나 커다란 진폭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말하고 있다면 34살의 유와 요스케는 그 달곰쌉쌀한 감정이 인간의 삶에 있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잔잔한 물결 위에 파문이 일 듯, 17년의 세월 끝에 만난 유와 요스케는 지난 감정들이 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새파랗게 되살아나는 그 감정은 둘의 무료한 삶에 한 줄기 희망이 되어 준다. 영화는 끝내 유와 요스케가 서로에게 '좋아해'라는 말을 하기까지 삶의 불행과 행운을 넘나들며 정당한 결론을 도출해낸다. 그 결론을 통해 영화는 첫사랑이 전하는 사춘기적 감수성을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불어 삶과 사랑의 진실한 의미를 전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17년 세월을 따라 용기를 낸 주인공들의 사랑처럼 영화 또한 성숙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첫사랑의 미열을 겪는 유를 연기한 미야자키 아오이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인상 깊다. 좋아하는 이에게 고백할 때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용기를 얻기 위해서라도 꼭 봐야 할 영화다. 누군가를 한번이라도 마음에 품어 본 사람이라면 영화를 통해 지난 추억을 꺼내보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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