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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방문자

감독 신동일 | 출연 김재록, 강지환 제작 LJ필름, ㈜프라임엔터테인먼트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92분 | 2005 상영관 씨네큐브 광화문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이사를 나온 시간강사 호준(김재록)은 뭐 하나 되는 일이 없다.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어줬더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사람이고, 하룻밤을 즐기려고 부른 성매매 여성은 이혼한 아내와 살고 있는 아들 사진을 꺼내 봐 기분을 망쳐놓는다. 이사 첫날부터 말썽이던 화장실 문은 기어이 고장이 나 샤워를 하던 호준은 꼼짝없이 욕실에 갇힌다. 마침 길을 지나다 호준의 희미한 신음 소리를 들은 계상(강지환)이 욕실 문을 따고 호준을 구해 준다. 사실 계상은 며칠 전 전도를 위해 호준의 집 초인종을 눌렀던 '여호와의 증인' 신도 중 한 명. 호준과 계상의 기이한 우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방문자 ⓒ프레시안무비
인생이 따분하고 만사가 부정적인 호준에게 종교에 관해 신실한 믿음을 간직하고 있는 계상은 그저 답답하고 어리석게 보일 뿐이다. 반대로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고 싶은 계상에게 노래방에 가서 도우미 여성을 부르는 호준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지사. 이제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남자가 계속되는 사건 속에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삶에 대한 더 큰 생각을 키워나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 <방문자>에서는 매사에 불평투성이었던 호준이 자신의 믿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계상에게 감화돼 변화되는 면이 더 크다. <방문자>가 예상을 빗겨가지 않는 건 줄거리뿐만이 아니다. 극적인 사건보다는 일상 속의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선보이는 스타일 또한 독립영화의 관습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호준과 계상의 대화 중에 오고 가는 실랑이나 택시 안에서 합승객과 싸움이 벌어지는 장면에서 독특한 유머가 불거지기도 하지만 ,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좌우할 정도로 핵심적인 것은 아니다. 사회정치적인 주제에 관해 곳곳에 포진해 놓은 은유적인 상징체계 역시 다소 투박하고 직접적이다. <방문자>는 한국의 다른 독립영화들과 그리 큰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대다수의 한국 독립영화들이 극적인 사건을 배제한 채 일상적인 통찰을 통해 주제의식을 전달하려는 관습 안에 머물러 있다면, <방문자> 역시 이런 경향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독립영화가 일반 대중 상업영화에서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비상업적인 방식을 통해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반가워할 일이다. 그러나 한국영화계의 새로운 상상력의 보고가 되어야 할 독립영화들이 지나치게 한가지 성향 안에 매몰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방문자>는 충무로의 변방에서 '새로운 충격'으로 무장한 신선한 독립영화가 출현하기를 더욱 더 기다리게 만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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