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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북한, Dear 조총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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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북한, Dear 조총련?

[특집] 일본영화 속에 나타난 재일 한국인들의 삶

지난 달 있었던 핵 실험 사태로 인해 북한을 언급하기가 더 없이 조심스러워진 요즘, '디어 평양'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영화가 오는 23일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디어 평양>은 재일 한국인 2세인 양영희 감독이 조총련 간부로 활동하며 '북조선 귀국사업'에 따라 세 아들을 북한으로 보낸 자신의 아버지를 10년의 시간에 걸쳐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 <디어 평양>에서는 일본의 '코리아 타운'으로 불리는 오사카의 풍경과 함께 양 감독의 세 오빠들이 사는 평양의 모습까지 만나볼 수 있다. 세 아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북한을 오고 가는 조총련계 재일 한국인의 삶은 뉴스로나 북한을 접하는 '남한' 사람들에겐 낯설 수밖에 없다.
디어 평양 ⓒ프레시안무비
그러나 우리가 영화를 통해서 멀고도 가까운 조총련 한국인들의 삶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제 노역에 동원돼 일본으로 건너 간 다수의 한국인들이 일본 땅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자손의 자손을 보는 사이, 재일 한국인 사회에서는 많은 예술가들이 배출됐다. 재일 한국인 2세인 소설가 양석일과 3세 가네시로 가즈키, 영화감독 최양일과 양영희는 자신들이 겪고 들은 재일 한국인들의 삶을 꾸준히 소설로, 또 영화로 만들어 오고 있다. <디어 평양>의 개봉을 맞아 일본영화 속에 나타난 조총련계 한국인의 삶의 풍경을 들여다 본다. 조선의 피와 뼈, 일본 땅의 괴물이 되다 - <피와 뼈 血と骨> 2004 <피와 뼈>는 1923년 제주도 청년 김준평(기타노 다케시)이 혈혈단신 일본 오사카 행 배 위에 오른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제1세대 한국인으로서 새로운 일본 땅에서 말 그대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그는 점점 괴물처럼 변해간다. 김준평은 어묵 공장을 세워 직원들을 착취해가며 있는 대로 돈을 긁어 모으는 한편, 재일 한국인 여성 영희(스즈키 쿄카)를 성폭행해 아내로 삼고 아내 외의 여자들과도 관계를 맺어 막무가내로 자손을 만드는 데 열을 올린다. 김준평이 돈과 번식에 대해 보이는 동물적인 집착은 남의 나라, 남의 땅에 새로이 삶의 뿌리를 내려야 했던 재일 한국인 1세대들의 험난한 인생역정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피와 뼈 血と骨 ⓒ프레시안무비
재일 한국인 사회에서도 김준평은 괴물과 같은 존재다. 그로 인해 고통 받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수많은 부침을 겪었던 초기 재일 한국인 사회의 역경을 훔쳐볼 수 있다. 김준평의 자식들은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하지만 끝내 그러지 못한다. 준평의 아들이라 자처하고 나타난 다케시(오다기리 조)는 이내 준평에게 맞서지만 곧 사라졌다가 야쿠자에게 살해된다. 준평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머니처럼 되기 싫어 일찍 결혼을 택했던 준평의 딸 하나꼬(타바타 토모코)는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는 남편에게 매를 맞다 목을 매 자살한다. 결국 준평은 백발이 되어서도 하나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들고 북한으로 향한다. <피와 뼈>는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최양일 감독이 재일 한국인 작가 양석일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김준평은 작가 양석일이 자신의 아버지를 모델로 해 그려낸 인물. 영화감독이기도 한 기타노 다케시가 김준평 역으로 열연해 괴물과도 같은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다. 제목 '피와 뼈'는 영화 속에서도 언급되듯, '피는 어머니로부터 받고, 뼈는 아버지로부터 받는다'는 제주도 무당의 말에서 따왔다. 임진강으로 부르는 화해의 노래 - <박치기! パッチギ!> 2004 <박치기!>는 조총련계 조선인학교 학생들과 히가시고등학교의 일본인 학생들의 갈등을 중심으로 프랑스의 68혁명 여파가 번졌던 1968년 일본의 모습을 그린 영화다. 마쓰야마 다케시의 자전적 소설 <소년 M의 임진강>을 영화로 옮겼다. 재일 한국인인 씨네콰논의 이봉우 대표가 제작자로 나선 작품이다.
박치기! パッチギ! ⓒ프레시안무비
1968년. 조선인학교 학생들과 히가시고등학교 학생들의 갈등은 극에 달해있다. 이러한 가운데 히가시고등학교의 코우스케(시오야 순)가 조선인학교에 다니는 조총련계 한국인 경자(사와지리 에리카)에게 반하면서 조선인학교 학생들과 같이 어울리게 된다. 한편 경자의 오빠 안성(다카오카 소스케)은 히가시고등학교 학생들과 싸우다 목숨을 잃는다. 안성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일본인은 들어올 수 없다는 울부짖음을 들은 코우스케는 라디오 방송국 포크 경연대회에 나가 경자가 가르쳐 준 북한 노래 '임진강'을 부른다.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일본 사회와 재일 한국인 사회와의 화해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 영화의 중요한 테마로 등장하는 노래 '임진강'은 실제 박세영이 작사하고 고종한이 작곡한 북한노래다. 60년대 일본 인디 밴드 '더 포크 크루세이더'가 일본어로 번역해 불렀으나 북한 노래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다. 그러나 곧 노래에 2절, 3절의 가사가 덧붙여지면서 일본의 민중가요로 널리 불려졌다. 여러 번의 리메이크 끝에 지난 2005년 원곡이 재발매 되기에 이른다. 국적은 한낱 이름일 뿐! - <고 Go> 2001 가네시로 가즈키의 동명 소설이 원작. 가네시로 가즈키는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비롯한 여러 소설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재일 한국인 3세 작가다. <고>는 가네시로 가즈키가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주인공 스기하라(구보즈카 요스케) 역시 재일 한국인 3세다. 조총련 활동을 했던 아버지(야마자키 츠토무) 때문에 중학교까지 조총련계 학교를 다녔지만 하와이 여행 때문에 아버지가 북한 국적을 포기하면서 일반 일본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스기하라 가족에게 국적은 그리 심각한 것도, 중요한 것도 아니지만 타자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조총련계 친구들은 일본 고등학교에 진학한 스기하라를 '민족반역자'라고 부르고 일본인 친구들은 스기하라를 여전히 '자이니치(일본에서 재일 한국인을 일컫는 말)'라고 부른다. 이뿐만 아니다. 스기하라와 서로 애틋한 감정을 느끼던 사쿠라이(시바사키 코우)는 첫 잠자리를 갖기 전 자신이 조총련계 출신이라는 스기하라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고 Go ⓒ프레시안무비
<고>는 조국의 이념이나 사상으로부터 자유로운 재일 한국인 3세들의 고민을 솔직하게 담은 작품으로 꼽힌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인과 같이 자란 자유로운 세대로서 재일 한국인 3세들의 정체성을 잘 그려 보이고 있는 것. 이들에게 국적은 그리움과 신념의 대상이 아니라 한낱 이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재일 한국인 2, 3세들의 이와 같은 고민은 <디어 평양>에서도 잘 나타난다. <디어 평양>의 감독 양영희는 영화의 끝부분에서 자신의 국적을 바꾸는 문제에 대해 묻는다. 그간 줄곧 국적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아버지는 마침내 국적을 변경하고 싶다는 감독의 뜻에 동의한다. 양영희 감독은 평양에서 열린 칠순 잔치 때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변함없는 충성을 맹세하던 아버지의 얼굴과 딸의 국적 변경에 찬성하는 아버지의 또 다른 얼굴을 동시에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는 재일 한국인 1세로서 열렬한 조총련 간부의 삶을 살았던 아버지와 더 일찍 대화를 나누면 좋았을 걸 그랬다고 말한다. 사상을 문제로 갈등을 겪던 재일 한국인 사회의 두 세대가 화해를 나누는 순간이다. 그 화해의 모습은 지난 80여 년 동안 재일 한국인 사회가 겪은 질곡의 역사 만큼이나 가슴 저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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