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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가을로

감독 김대승 | 출연 유지태, 김지수, 엄지원 제작 ㈜영화세상 | 배급 롯데쇼핑㈜롯데엔터테인먼트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108분 | 2006년 상영관 메가박스, CGV, 서울극장 1995년. 현우(유지태)와의 결혼을 준비하던 민주(김지수)는 약속대로 삼풍백화점에서 현우를 기다린다. 현우가 민주를 만나러 가기 위해 백화점 앞 횡단보도에 서 있던 찰나, 갑작스레 백화점이 무너져 내린다. 그 후로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검사가 된 현우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갈 뿐이다. 어느 날 민주의 아버지(최종원)가 현우를 찾아와 민주의 낡은 다이어리를 남기고 간다. 현우는 민주가 다이어리에 적어 놓은 여행길을 따라 길을 떠나고 그곳에서 자꾸 새로운 여인 세진(엄지원)과 마주친다.
가을로 ⓒ프레시안무비
<가을로>가 개봉 전부터 이목을 끈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이유는 지난 2000년 데뷔작 <번지점프를 하다>를 통해 섬세한 감수성을 선보인 김대승 감독의 멜로영화 복귀작이라는 점. 거기다 1995년 온 국민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겨줬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 또하나의 이유였다. 그 뚜껑을 열어본 결과 <가을로>는 그 두 가지 점에서 관객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영화는 전체적으로 7번 국도의 가을 절경을 따라 이어지는 현우의 여행길과 함께 멜로영화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을 전달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연인의 잃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현우의 상처와 그 치유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가을로>는 너무 밋밋하고 착하기만 하다. 이야기는 구성지지 못하고 유지태의 연기는 실망스러우며 민주의 대사는 너무 문어적이다. 때문에 영화는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감정이입을 방해한 채 '그들만의 이야기'를 그려 보일 뿐이다. 삼풍백화점 사고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방식도 그렇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너무 착하다. 쉽사리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삭이는 순한 인물들 때문에 삼풍백화점 사고라는 소재는 사회적인 의미를 잃고 하나의 소재로 전락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가을로>가 내면의 상처를 입은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 대신에 보다 격정적인 감성의 멜로영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때문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라고 했던가. 올해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영화였던 만큼 영화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번지점프를 하다>의 영롱한 감수성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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