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가 9일 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0일 폐막했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금년을 또 다른 10년의 기점으로 삼고 지난 영화제와는 여러모로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같은 노력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과거 해운대와 남포동에 분산되어 있던 영화 상영과 행사를 대폭 해운대로 집중, 관객들의 편의를 도모했다는 점. 시장기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아시안필름마켓'을 출범시킨 것도 큰 변화이자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는 총 63개국의 245편의 영화가 상영됐으며, 9일동안 전국에서 약 16만 2천 8백여 명의 관객이 부산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포동에서 해운대로 이동 그러나 부산영화제의 중심이 남포동에서 해운대로 이동한 데 대해서는 다소 찬반양론이 엇갈리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영화제의 거의 전 행사가 해운대에 집중되면서 관객들의 불편함이 줄어들고 무엇보다 해외 영화관계자들에게 해운대를 관광지로서도 크게 부각시켰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분위기. 지난 10년동안 부산 영화제는 각종의 행사가 남포동과 해운대로 분산돼 두 지역을 오가는 데만 족히 1시간은 넘게 걸림으로써 관객들의 불만을 샀었다.
|
|
부산영화제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른 해운대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제의 중심이 해운대로 넘어오면서 사람들로 북적이는, 부산영화제 특유의 열기를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남포동은 상영관끼리의 접근성이 뛰어난데다 연일 무대인사와 관객과의 만남 등 야외 행사가 이어져 영화제가 '폭발하는 듯한 에너지'를 담아내는 특이한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남포동의 여러 극장 대신 새롭게 영화를 상영한 해운대 쪽의 멀티플렉스들도 이동 거리가 만만치 않은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남포동의 극장들이 얼굴을 맞대고 있는 형국이었던데 비해 해운대의 메가박스와 프리머스, 장산역의 CGV 등은 지하철을 타야만 하는 등 이동이 불편했다는 것. 이같은 문제는 2010년 센텀시티 내에 영화제 전용관이 마련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필름마켓의 시작 | |
|
아시안필름마켓 개막식 현장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
올해 부산영화제는 지난 10년 동안 PPP(부산프로모션플랜)와 BIFCOM(영화산업박람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아시아의 필름 및 배우, 제작자들을 이어주는 '토털 마켓', 곧 제1회 '아시안 필름마켓'을 선보였다. 첫 회임에도 불구, 40개국 400여 개 업체가 참여해 아시아 영화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한곳으로 집중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 영화산업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이에 대해 "많은 유럽 바이어들이 새로 시작된 로마영화제로 가는 바람에 주요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는 등 문제점도 지적된 상황. 올해가 그 시작인 만큼 '아시안필름마켓'이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노력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국내외 영화산업 관계자들의 총평이다.
관객수, 절대수치는 줄었으나 객석점유율은 증가 한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 수는 총 16만 2천 8백여 명으로 지난 해인 19만 2천여 명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어들을 위한 '마켓 스크리닝'의 비중이 커졌던 데다 작년보다 영화상영관 개수가 하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영화제의 설명. 영화제 측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 좌석점유율로는 지난 해보다 3.3% 증가한 71.3%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 |
|
조인성이 등장한 무대 인사에 해운대의 인파가 몰리고 있다.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
그러나 이와 같은 관객 감소에 대해 영화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스타 마케팅'에 주력한 데 대한 역효과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던 부산영화제가 10주년을 넘기면서 부쩍 국내외 대형 스타들의 방문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 실제로 유덕화, 조인성이 등장한 야외무대 행사는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이 인파가 전부 영화제의 실제 관객으로 이어졌는지는 미지수다. 영화제 기간 중 해운대 주변의 고급 호텔들에서는 일반 관객들의 입장을 제한한 스타들 중심의 행사가 연일 열렸지만 정작 부산 시민들은 "극장이나 영화제 시설에서뿐만이 아니라 지하철 역이나 버스 정류장 같은 곳에도 영화제 소개 책자를 비치해줬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반응을 의식한 듯 김동호 집행위원장도 20일 열린 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내년부터는 마켓과 영화제 기간을 조정해 관객 수를 대폭 늘리고, 부산영화제의 안정적인 개최를 위해 부산영상센터 건립을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부산국제영화제는 중앙방송과 함께 'LA 부산국제영화제 프리미어(PIFF in LA)'를 개최하며 그 범위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