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은 높은 세금보다 세금의 낭비를 더 큰 문제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많이 거둬도 낭비만 안 하면 별 문제 없다"
리서치앤리서치가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투명협)의 의뢰를 받아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76.9%가 정부가 공공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으며, 51.6%는 정부가 예산을 낭비없이 제대로 쓰기만 한다면 세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낼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결과는 최근의 증세(增稅) 논란과 관련해 주목된다. 세금을 많이 걷더라도 사용 내용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적절하게 집행되면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론은 예산 집행에 대한 견제 장치 도입의 필요에 대한 공감대로 이어졌다. 응답자 중 88.6%가 납세자소송제의 도입을 찬성했다.
2004년 11월 발의됐으나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인 납세자소송제는 누구나 일정 수 이상의 서명을 받아 국가기관 및 공공단체의 부당한 예산 집행에 대해 감사를 청구하거나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원고가 승소할 경우 진행 중이던 사업은 중단되고, 이미 종료된 사업은 위법 여부에 따라 해당 공무원이 처벌받는 한편 정부가 배상액을 물어야 한다.
"'유리지갑'은 납세자소송제를 원한다"
이런 납세자소송제에 대해 사무직 노동자들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사무직 노동자 중 85.4%가 이 제도를 통해 예산낭비를 줄일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반면 농업과 임업 종사자들은 73.5%가 이와 같은 예상을 해 가장 낮은 기대치를 보였다.
이는 소득이 투명하게 공개돼 흔히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봉급 생활자들이 세금의 부당한 사용을 바로잡는 제도에 대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한 투명협 김정수 사무처장은 "이제까지 증세 혹은 감세라는 쟁점이 주로 부각됐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국민들은 세금의 규모보다 세금 사용의 투명성에 더 큰 관심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증세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은 무조건 작은 정부를 원하기 때문이 아니다. 거둬들인 세금이 투명하게 사용되지 않으리라는 불안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증세를 둘러싼 논란에 앞서 세금 집행의 투명성 보장을 위해 납세자 소송제를 도입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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