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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댈러웨이 부인 Mrs.Dalloway

감독 마를린 호리스 출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나타샤 매켈혼 수입,배급 백두대간 | 등급 12세 관람가 시간 97분 | 1997년 | 상영관 씨네큐브 광화문 <안토니아스 라인>을 만든 마를린 호리스 감독과 영국 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버지니아 울프가 영화 <댈러웨이 부인>으로 만났다. 1996년 발표된 <안토니아스 라인>은 남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여성공동체를 그려 '포스트 페미니즘(Post-Feminism)' 영화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 작품. 이 영화로 마를린 호리스는 세계 영화계의 격찬을 이끌어내며 여성영화계의 거장으로 발돋움했다. '큰' 영화들 사이에서 용감하게 추석 개봉을 감행하는 <댈러웨이 부인>은 마를린 호리스 감독이 <안토니아스 라인>을 발표한 이듬해인 1997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유명한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마를린 호리스와 버지니아 울프의 만남. <댈러웨이 부인>은 그 둘의 이름만으로도 최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영화다.
댈러웨이 부인 Mrs.Dalloway ⓒ프레시안무비
영화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소설의 줄거리와 같다.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클라리사(나타샤 멕켈혼)가 처녀 적 이름을 버리고 하원의원 댈러웨이와 결혼해 댈러웨이 부인(바네사 레드그레이브)으로 지내온 지도 30년이 흘렀다. 댈러웨이 부인이 주최하는 파티는 런던 사교계의 중요행사로 꼽힐 정도. 댈러웨이 부인은 오늘도 아침부터 파티 준비에 여념이 없다. 파티 준비를 위해 꽃가게에 가던 길에 댈러웨이 부인은 친구 휴를 만난다. 휴를 통해 댈러웨이 부인은 자신의 첫사랑 피터(앨런 콕스)를 떠올린다. 휴와 헤어진 댈러웨이 부인은 꽃가게 유리창 너머로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는 청년 셉티머스(루퍼트 그레이브)와 눈을 마주치고, 그 후 파티를 준비하는 한편으로 계속해서 30년 전 자신의 처녀 시절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영화 <댈러웨이 부인>의 가장 큰 수확은 영화로 만들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졌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의 현란한 '의식의 흐름' 기법을 명료하게 정리해낸 점이라 할 수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은 등장인물의 과거와 현재, 의식과 무의식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인물 내면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 것으로 유명한 소설. 버지니아 울프 특유의 복잡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영상화 하느냐는 <댈러웨이 부인>의 영화화에 있어 가장 큰 난제로 꼽혀왔다. 그 점에 있어 <댈러웨이 부인>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댈러웨이 부인이 파티를 준비하는 하루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댈러웨이 부인 대신 클라리사로 불리던 처녀 시절의 회상 장면과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 질환을 앓는 셉티머스의 이야기를 끼워 넣으며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간다. 형식에 있어 영화 <댈러웨이 부인>은 소설과 같은 골자를 취하고 있지만, 영상으로 축약된 이야기는 소설보다 훨씬 간결하다. 하지만 그 간결함은 때론 단점으로 작용한다. <댈러웨이 부인>은 97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소설의 두께를 축약해 내는데 성공했지만, 소설의 깊이까지 온전히 되살려 내지는 못했다. 특히 댈러웨이 부인이 파티에서 셉티머스의 자살 소식을 전해 듣고 심경의 변화를 보이는 대목은 소설에 비해 설득력이 훨씬 약하게 느껴진다. 불안에서 평온까지 극에서 극을 오가는 댈러웨이 부인의 심경 변화를 단 몇 줄의 내레이션으로 설명한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화가 만들어진 지 10여 년의 시간이 지난 후 개봉된 탓인지 영화가 그리고 있는 고민이나 영화의 스타일이 다소 '낡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한 여성의 자유로운 영혼이 결혼제도에 묶여 구속당한다는 빅토리아 시대, 버지니아 울프의 문제제기는 물론 오늘날에도 충분히 되짚어 볼만 한 의미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젊은' 관객들은 그 문제제기를 다분히 유효 기일이 지난 것으로 보기 쉽다. '명작은 시대에 관계없이 언제 봐도 감동과 울림을 준다.' 요즘의 관객들에겐 그것도 역시 옛날 얘기일 수 있다. 애초부터 <댈러웨이 부인>의 흥행을 기대하지 않는 건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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