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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 전격 사의…이유는?

22일 인권위 워크숍 사건이 발단…내막은 미궁에

조영황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5일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했다.

고령과 고혈압 때문에 물러난다고?

조 위원장은 이날 전원위원회가 시작된 직후인 오후 2시 10분 경 옆에 앉아 있던 상임위원이 "지난 금요일 열린 워크숍 퇴장 사건은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물러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최영애 상임위원에게 위원장 직무대리를 부탁했으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한 뒤 회의실에서 나갔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왜 갑작스레 사퇴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남기지 않아 인권위 안팎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날 오후 위원장 사퇴 건에 대한 기자 브리핑이 열렸지만 궁금증은 여전했다. 이명재 인권위 홍보협력팀장은 브리핑을 통해 "조 위원장은 65세의 고령인 데에다 고혈압을 지병으로 앓고 있어서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다고 스스로 판단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의혹만 부풀리는 결과를 낳았다. "조 위원장이 고령이고 지병을 앓고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해 온 것을 보면 평소 건강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 팀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위원장의 건강 문제가 사퇴의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조 위원장 혹은 최영애 직무대리가 이번 사퇴 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힐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 팀장은 "모든 공직자가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사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다.

22일 워크숍에서 어떤 일 있었나?

조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날 전원위원회는 원래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2일 워크숍 사건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바로 기자들을 퇴장시키고 비공개로 진행했다.

22일 워크숍 사건은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수유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인권위 상임위원, 비상임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인권위 운영방안 비공개 워크숍'에서 조 위원장이 먼저 워크숍장에서 나간 일을 가리킨다. 이날 전원위원회는 포항 건설노조 하중근 씨 사망사건 등을 논의하기로 돼 있었으며, 22일 워크숍 사건에 대한 질문은 전원위원회가 열린 직후에 나왔다.

22일 워크숍 사건에 대해 이 팀장은 "당시 워크숍은 위원장님과 위원님들만 참석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발생했는지 파악하지 못 했다. 또 확인하더라도 비공개 워크숍이기 때문에 언론에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인사권자인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 없이 이뤄진 사의 표명인 까닭에 후임 위원장의 인사 시기는 유동적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당분간 최영애 상임위원의 위원장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된다.

사의 표명 이후 집무실에 있던 조 위원장은 기자 브리핑에 참석하기 위해 기자들이 브리핑 룸에 모이자 인권위 건물을 빠져 나갔다.

위원장, 중도 하차…인권위 두 번째 파행 사태

조 위원장은 독특한 이력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부산 금성중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인 그는 사법고시에 합격하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으며, 변호사 업을 그만둔 뒤 한때 고향에서 농사를 짓기도 했다.

사법고시 제10회 출신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 상임이사, 부천서 성고문사건 특별검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정부패추방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법률지원본부장, 방송위원회 광고심의위원장,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친 조 위원장은 지난해 4월 4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으며 임기는 2008년 4월까지였다.

조 위원장의 사퇴 표명으로 인권위는 지난해 3월 2대 최영도 전 위원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이후 두 번째 파행 사태를 맞게 됐다.

한편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이날 오후 조 위원장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전해 듣고 "우리도 전혀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사표가 전달되지 않았고 사표 수리 여부도 결정된 바 없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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