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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 이름을 들어 보셨나요?

[핫 피플] 중국의 흥행감독, <야연>의 펑샤오강

중국 본토에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무협사극 <야연 夜宴>이 지난 21일 국내에서 개봉했다. 9월말부터 10 편이 넘는 영화가 각축전을 벌일 추석 극장가의 박빙 승부에 한발 앞서 뛰어든 것. <야연>의 주인공은 두말 할 것도 없이 권력욕과 옛 연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황후 '완' 역을 맡은 장쯔이다. 장쯔이의 세계적인 명성에 비하면 이 영화로 무협사극에 첫 도전장을 낸 펑샤오강 감독의 이름은 너무나 낯설다. 펑 샤오강 감독의 영화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야연>이 처음. 그러나 중국에서라면 그 이야기가 다르다. 펑샤오강 감독은 현재 중국 본토에서 '흥행의 마술사'라고 불리며 국민감독으로 대접받고 있는 인물. <야연>은 그의 9번째 연출작이다. 대중적 친화력을 바탕으로 중국 영화산업의 선두에 서기까지 펑샤오강 감독의 지난 행보를 간략히 소개한다. 지극히 중국적인 재미, '펑씨 영화'
펑샤오강 감독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펑샤오강은 1997년 <갑방을방 甲方乙方>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갑방을방>은 3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가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일을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 영화로부터 이른바 '펑씨 영화'라고 불리는 펑샤오강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펑씨 영화'의 특징으로는 크게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장르라는 점. 둘째는 베이징 방언을 이용한 유머와 다분히 중국적인 뉘앙스로 상황을 전개시킨다는 점. 셋째는 동일한 배우를 기용한다는 점. 넷째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이다. 곧 '펑씨 영화'는 펑샤오강 감독이 만든 저예산 중국식 코미디 영화를 일컫는 말인 것. 펑 샤오강은 <갑방을방>을 시작으로 1999년 <불견불산 不見不散>, 2000년 <몰완몰료 沒完沒了> 등 잇달아 '펑씨 영화'들을 발표하며 흥행 감독으로 명성을 쌓아갔다. 그의 코미디 영화들은 설 연휴를 전후로 개봉하는 '하세편(賀歲片)'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펑씨 영화' 특유의 가벼운 코미디는 명절에 함께 모인 온 가족이 다 함께 보기에 좋은 '재미있는' 영화였던 것. 여기에 중국의 유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중국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야연>에서 황제 '리'로 분한 유 게(국내에는 '갈우'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는 <갑방을방>, <불견불산>, <몰완몰료>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펑샤오강 감독과의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중국색으로부터의 탈피, <천하무적> 중국적인 지역색을 살린 가벼운 코미디로 중국의 국민감독으로 자리잡은 펑샤오강 감독은 2001년 <거장의 장례식 大腕>을 기점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거장의 장례식>은 중국인 촬영기사인 요요(유 게)가 세계적 거장 감독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역시 펑샤오강 감독과 인연이 깊은 유 게가 주연을 맡았다. 그러나 펑샤오강 감독은 이 영화에서부터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중국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중국적 유머의 비중을 줄이고 도널드 서덜랜드와 같은 서구 배우를 캐스팅해 일반적인 코미디로 방향을 튼 것. 펑샤오강 감독의 변신은 2004년 <천하무적 天下無賊>에서 보다 분명해진다. 유 게에게 조연을 맡기는 대신 유덕화가 주연을 맡아 개과천선하려는 도둑 부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천하무적>에서 펑 샤오강 감독은 '펑씨 영화'의 특색을 확연히 더 줄이고 훨씬 더 일반적인 방법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천하무적>은 2005년 설 연휴 중국 극장가의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천하무적>이 펑샤오강 감독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됐음은 물론이다.
<야연>, 중국을 넘어 아시아로 <야연>을 통해 펑샤오강 감독은 스스로 '펑씨 영화'와 완전히 결별한다. 한때 무협영화는 절대로 찍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펑샤오강 감독은 중국 관객과의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200억 원 규모의 무협 사극을 연출한 것. 펑샤오강 감독이 중국 극장가에서 안정된 수익을 보장하는 '펑씨 영화'를 그만두고 왜 굳이 변신을 꾀했는가는 <야연>을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며칠 전 <야연>의 국내 개봉에 맞춰 내한한 펑샤오강 감독은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야연>은 아시아 관객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라고 말했다. 결국 펑샤오강 감독의 변신은 중국을 넘어 보다 넓은 시장으로 가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이다. 장쯔이도 "무엇보다 펑샤오강 감독과 일하고 싶어 <야연>의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해 펑샤오강 감독의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야연 ⓒ프레시안무비
현재 <야연>은 중국 극장가에서 개봉 첫 주 700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올리며 신기록을 향해 행진 중이다. 펑샤오강 감독의 이름을 믿고 편안한 코미디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은 영화를 본 후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펑씨 영화'에서 펑샤오강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주로 익살스런 연기를 보여준 유 게의 근엄한 변신에 적응하지 못한 중국 관객들이 심각한 대목에서 웃음이 터뜨리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야연>의 최종 흥행 성적이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중국을 넘어 아시아 시장을 노리고 있는 펑샤오강 감독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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