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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야연 夜宴

감독 펑 샤오강 | 출연 장쯔이, 다니엘 우, 유게, 주신 수입,배급 롯데쇼핑㈜롯데시네마 | 등급 15세 관람가 시간 112분 | 2006년 상영관 메가박스, 서울극장, 롯데시네마 5대10국 시대의 중원. 황궁에서 낮잠을 즐기던 황제가 전갈에 물려 서거하자 동생 '리'(유 게)가 새로이 황제 자리에 올라 황후 '완'(장쯔이)을 차지한다. 그러나 '리'가 황제 자리에 오르기 위해 황제를 시해했다는 이야기는 황궁 사람들 사이의 공공연한 비밀. 이에 '리'는 훗날의 화를 없애기 위해 황궁을 떠나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황태자 '우 루안'(다니엘 우)를 처치하기 위해 자객을 보낸다. 사실 '우 루안'은 한때 자신의 연인이었던 '완'이 황후로 간택되자 황궁을 뛰쳐나와 은둔 생활을 시작했던 것. 황태자를 향해 애틋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던 황후는 황태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하루 빨리 황궁으로 돌아오라는 전갈을 보낸다.
야연 夜宴 ⓒ프레시안무비
2000년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후,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무협서사극은 중국영화계 최고의 세계 수출품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 춤사위와 같은 우아한 몸동작을 뽐내는 무술 장면과 화려한 세트와 색감, 화면을 압도하는 스케일로 무장한 중국의 무협영화들은 개봉 때마다 세계인들, 특히 서구인들의 이목을 끌어왔다. <야연>도 마찬가지다. 무술 장면과 미장센, 장중한 스케일 면에서 어느 하나 뒤지는 구석이 없다. 흰색과 흑색, 황색과 적색이 주조를 이루는 장엄한 화면 안에서 춤추는 듯 뛰어올라 검을 휘두르는 인물들의 몸동작은 액션이라기보다 예술에 가깝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번에도 역시 '이야기'에 있다. <와호장룡> 이후 중국의 무협서사극들이 전부 다 <와호장룡>의 영광을 재현하고 나섰지만 문제는 볼거리가 넘쳐나는 화면에 비해 이야기는 늘 빈약하다는 것이었다. 결국에 <영웅>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옹호하고 나섰고, <연인>, <무극>, <칠검>은 넘쳐나는 이미지 속에 이야기가 맥을 못 추고 주저앉기 일쑤였다. <야연>도 똑 같은 실수를 범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건들은 뜬금없이 일어나고 인물의 성격은 정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영화는 특히 마지막 연회 장면을 통해 '권력을 쫓는 인간욕망의 어리석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그 전까지 영화가 그만한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지 못한 탓에 연회 장면은 의외의 행동이 난무하는 넌센스 장면이 되고 만다. 팥 없는 찐빵이 무슨 맛일까. 숨막힐 듯 아름다운 이미지의 향연도 반갑지만 이야기 없는 이미지의 성찬은 이제 좀 그만할 때도 됐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야기를 잃은 이 영화의 아름다운 이미지들은 알맹이 없이 차고 넘쳐 오히려 버거운 느낌이다. 그 느낌이란 곧 영화 속에서 황후가 걸치고 나오는, 화려하지만 무거워 보이는 옷자락 같은 것이다. 중국 영화가 서구 관객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화려한 겉치장에만 공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전통문화에 기댄 무협사극이 오히려 서구식 오리엔탈리즘에 경도돼 있다는 게 아이러니 중에 아이러니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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