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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다양성 위해 함께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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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다양성 위해 함께 투쟁하자"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창간기념 토론회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발행인이자 미디어와 국제전략 분야의 전문가인 이냐시오 라모네는 14일 "문화 다양성을 위한 투쟁은 생물 다양성을 위한 노력과 마찬가지로 세계화가 진행되는 현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세계화에 대항하는 다양한 운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한국과 프랑스에서 문화 다양성을 위한 투쟁을 끝까지 계속하자"고 말했다.

이냐시오 라모네 발행인은 이날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의 한국판(발행인 박승흡) 창간을 기념해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토론회 '세계화와 미디어·문화 민주주의'에 참석해 발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 영화 팔면 '미국 상품'도 팔린다"
▲ 이냐시오 라모네 ⓒ프레시안

라모네는 "문화 다양성을 지킨다는 것은 가장 강력하고, 가장 부유하고, 가장 힘센 문화를 유일한 문화로 강요하는 '문화 다윈주의'를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라모네는 '문화 다윈주의'의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문화상품 수출정책을 언급했다. 그는 "2차대전 이후 프랑스와 협정을 맺은 미국은 프랑스에 미국 시청각·영화 제품을 수입하고, 미국 영화를 영화관에서 상영할 것을 강요했다"며 "당시 미국은 영화를 팔면 상품도 팔 수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즉 미국 문화가 수입돼 '정신의 미국화'가 진행되고 '미국식 삶의 방식'이 수용되면 바로 '미국식 소비방식'도 수용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미국식 문화 모델은 영화, 광고, 음악, TV, 미디어, 인터넷 등 모든 대중 문화의 영역과 커뮤니케이션 영역에 확산돼 있다"며 "문화적 재화와 용역의 최대 생산국인 미국은 바로 언제나 무역 자유화에 대한 요구를 하고 있는 주체임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라모네는 "현재 캐나다의 퀘벡 주, 베네수엘라, 그리고 한국과 같은 곳에서 WTO 틀 안에서의 문화 다양성을 위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가 문화적 창조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획일화'와 '표준화'에 맞서 싸우는 것은 바로 문화가 하나의 공산품이 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유네스코가 '문화 다양성에 대한 세계 협약'을 체결한 것은 문화 다양성 투쟁에서 하나의 승리"라고 말했다.

"미디어 수는 증가해도 목소리는'합창'으로 변해간다"

또 라모네는 "오늘날 미디어에서도 아주 모순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최근 15년간 급격하게 기술적인 발전이 이뤄지면서 점점 더 많은 미디어가 생겨났으며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미디어가 존재하는데도 이 많은 미디어들의 목소리가 (한 목소리로) '합창'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현상이 바로 거대 기업들이 미디어를 소유하게 됨으로써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술의 발전은 미디어를 하나의 거대 산업으로 만들었고 이제 과거의 건설이나 군사 산업과 마찬가지로 자본이 '돈이 되는' 언론을 소유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라모네는 이처럼 '합창하는 미디어'가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입법, 행정, 사법이라는 3개의 권력을 견제하는 제4권력으로 불리던 미디어가 점점 더 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서 견제의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모네는 "오늘날 미디어들은 선, 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뒤 '그 길'로 독주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의견에 대해서는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에도 많은 투쟁을 해야 했지만, 지금도 미디어의 다양성을 위해 투쟁해야 하며 중요한 것은 이를 위해 제대로 된 토론의 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에 맞서 자신의 삶터 지키는 것도 '문화 다양성 운동'"

이날 토론에 참석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의 전규찬 교수는 "문화는 생활이며 삶"임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이미 19세기에 맑스는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자유는 '자유무역의 자유', 즉 현재 우리가 맞서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자유'만 남게 될 것임을 지적했다"며 "전지구적으로 보편적인 가치기준과 삶의 양식을 만들어야 살아남는 '자유무역의 자유'는 문화의 다양성이나 예외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한미 FTA에 맞서 농민들이 자신의 삶터를 지켜내는 것도 문화 다양성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며 "자본의 논리에 내버려둘 수 없는 운동의 정의, 목표, 전략을 개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의 이상길 교수는 "국내에서 일어난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문화 다양성을 어떻게 침해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을 '공격'하는 이들은 왜 생물학적으로 '종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문화도 그래야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새로운사회를 위한 연구원의 손석춘 원장은 "한국에서는 한미 FTA 반대를 위해 농민들과 영화인들이 연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중문화의 스타들이 생존권을 위협받는 농민들과 손을 잡은 것은 매우 상징적이고 시사적인 사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세계화의 기술 이용해 '세계화'에 맞서자"

전규찬 교수는 "그러나 '무역의 자유'는 사람들이 새롭게 연대할 수 있고 연합체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는 자기모순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며 "자본의 네트워크는 노동의 네트워크를 초래하며 미디어 또한 자본이 설치하는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모네는 이에 대해 "이라크전에 대응한 전세계의 반응을 보면 이들이 어떻게 세계적인 운동을 조직해내는지 알 수 있다"며 "세계화의 기술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이 기술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전세계 동시 집회나 인도, 브라질 등지에서 개최된 '세계사회포럼' 등이 그 예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모여 토론을 할 수 있는 것이나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한국판을 창간하게 된 것도 '방법론의 세계화'의 예로 볼 수 있다"며 "우리는 이런 연대를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문화 다양성 및 미디어의 다양성을 위하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맞서는 투쟁을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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