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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육아휴직 쓰는 게 '오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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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육아휴직 쓰는 게 '오버'라고?"

"불량아빠 되기 싫다"…100인 '출산파업' 선언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육아와 가사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 관계를 중시하는 직장문화, 치열한 경쟁…. 한국 사회에서 '좋은 아빠' 되기 너무 힘들다!"

한국청년연합회(KYC) 소속단체 '일과 아이를 위한 시민행동'(일과 아이)은 3일 "'파파쿼터제'를 법제화하고 현행 육아휴직제를 개선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육아휴직? 넌 진급에 관심 없구나"

'일과 아이'는 기자회견에서 "현재 육아휴직 제도는 그 도입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낮은 사용률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 사용자는 극히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 ⓒ프레시안

실제로 2005년 출생한 신생아 수는 43만8000명이지만 이에 비해 같은 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이는 1만700명에 불과하며 그중 남성 사용자는 208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는 육아휴직제의 사용이 주로 여성에게 편중되어 있는 것이다.

'일산에 사는 불량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한 백대진 씨는 "두 딸이 8살, 11살이 돼 가도록 어떻게 컸는지 모르겠다"며 "자식을 한 명 더 나으려고 하는데 직장에서는 육아휴직을 못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라도 아빠 노릇을 잘하기 위해서 이번 운동에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7개월 후 아빠가 된다는 서울의 박유진 씨는 "대부분 직장에서는 육아휴직으로 1달 쓴다고 하면 '코미디 하냐', '왜 오버하냐'라는 분위기"라며 "아내 출산 후에도 연차로 20일 정도만 쓰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천안에서 서울로 출퇴근 한다는 김태웅 씨는 "첫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쓰려 했지만 직장 선배가 '아이에게는 아빠도 필요하지만 돈도 필요하다'며 말리더라"며 "육아휴직이 생계에 부담이 된다고 보는 것이 사회문화적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들은 △육아휴직을 쓰는 문화 자체가 일반화돼 있지 않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육아휴직을 하면 '내가 도태되거나 인사고과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으며 △육아휴직 기간 내내 40만 원이라는 적은 급여를 받기 때문에 휴직 이용률이 낮아진다며 '파파쿼터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파파쿼터제'란?

남성에게 '육아휴직 1개월 사용 의무'를 부여해 이 기간동안 급여의 100%를 지급하고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사유서를 제출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에서 이 같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KYC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천준호 씨는 "이미 파파쿼터제는 작년 여성부 장관이 취임했을 때 제시했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미 한국은 '출산파업' 진행 중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파파쿼터제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시한부 피임'을 하는 '출산파업'을 벌여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아이를 돌볼 권리'를 위해 '아이 낳기를 거부'한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천준호 대표는 "우리 사회는 주택, 보육, 사교육비 등 날로 악화되는 삶의 조건으로 인해 이미 출산파업이 진행중"이라며 "이제까지 개별적으로 파업이 진행됐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1일 채용 포털사이트 '스카우트'가 직장인 11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나 회사에서 출산지원을 할 경우에도 59.4%는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지원비에 비해 양육비가 너무 많다'가 46.6%로 가장 많았다.

천 대표는 "육아휴직이 무시되고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또한 출산파업이 진행되는 원인 중 하나"라며 "이번 운동을 통해 이미 진행 중인 출산파업을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부각시키고자 한다"며 그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출산파업을 선언한 100명은 선언문을 통해 △아버지 육아휴직기간을 최소 1개월로 하고 그 사용을 의무화할 것 △부모 각각의 육아휴직기간 중 최소 1개월에 대해 평균임금의 100%를 보전할 것 △국회와 정부, 기업은 육아휴직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파파쿼터제' 도입 운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일과 아이' 홈페이지(www.ilni.net)을 통해 '출산파업 선언'에 참여하거나 '지지선언'에 동참할 수 있다"며 일반 시민들이 운동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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