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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천하장사 마돈나

감독 이해영, 이해준 출연 류덕환, 백윤식, 김윤석, 이상아, 초난강 제작 싸이더스FNH, 반짝반짝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116분 | 2006 상영관 CGV, 메가박스 <천하장사 마돈나>는 제작자들이 좋아할 영화는 결코 아니다. 이런 소재의 영화는 아직 상업적으로 '안전한' 작품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가 되고 싶어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려는 고등학생 소년'이 주인공인 영화다. 게다가 이 소년이 씨름선수라는 것도 문제다. 미안한 얘기지만 씨름은 이제 더이상 인기 종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하장사 마돈나>는 그 두가지의 약점 모두를 뒤집을 만한 재기와 총기가 번득이는 작품이다.
천하장사 마돈나 ⓒ프레시안무비
여자가 되길 꿈꾸는 동구(류덕환)는 친구 종만(박영서)의 집에 놀러 가 여자 옷을 입어보는 게 취미인 고등학교 1학년 소년이다. 포크레인을 모는 아버지(김윤석)는 매일 술에 절어 밥상을 뒤집기 일쑤고 어머니(이상아)는 그런 아버지가 싫어 집을 나갔다. 그럼에도 동구는 씩씩함을 잃지 않고 여자가 되기 위해 새벽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성전환수술비 500만원을 모아 나간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아버지의 구속을 막기 위한 합의금으로 내게 되면서 동구는 실의에 빠진다. 때마침 '인천시 배 고등부 씨름대회' 우승 장학금이 500만원이라는 소식을 접한 동구는 마음에도 없던 씨름부에 가입하기로 결심한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미덕은 균형의식에서 찾아진다. 동구는 여자가 되기를 꿈꾸는 캐릭터지만, 영화 안에서 전적으로 '여성적'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천하장사 마돈나>는 이런 류의 얘기를 상품화시키는 과정에서 이전의 많은 한국영화가 가져왔던 오류와는 확실한 선을 긋고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의 한국영화들은 트랜스젠더'라면 흔히들 지극히 '여성적인 남성'으로 그려왔다. 이 영화가 차별화된 '성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택한 방식은 일종의 '수다'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선보이는 방법을 택한다. 노골적이지 않은 귀여운 에피소드를 통해 편안한 웃음을 이끌어 낸다. 씨름부 회식 자리에서 노래 부를 준비를 하던 동구가 난데없이 '요즘 남자들 똑같애 다 애송이야'란 가사에 맞춰 섹시한 안무를 선보이는 식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단순하게 에피소드만을 나열하는데서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발랄한 웃음뒤에는 우리사회의 현실에 대한 시선이 만만찮게 녹아있다. 알콜 중독자인 동구의 아버지는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사회 바깥으로 내몰리는 하층계급의 생활상을 드러낸다. 동구 아버지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그려지는 건 바로 그렇게 우리의 지긋지긋한 현실때문이다. <품행제로>의 각본과 <아라한 장풍 대작전>의 각색 등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알린 이해영, 이해준 형제는 이번 영화를 통해 그들이 쓴 시나리오 만큼이나 탄탄한 연출 실력을 뽐냈다. 배우들 또한 이 영화의 가장 큰 공로자들이다. 30kg 가까이 살을 찌워가며 뚱보 소년 연기를 섬세하게 해낸 동구 역의 류덕환과 고단한 삶 때문에 밤마다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동구 아버지 역을 사실감 넘치게 연기한 김윤석은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들이다. 동구가 아버지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두 배우는 이 영화 특유의 엉뚱한 유머와 진지함으로 관객들을 웃다 울리다 하게 한다. 흥행여부에 따라 우리사회가 얼마나 열려 있는 가를 판단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평단에서 이 영화의 흥행여부에 대해 관심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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