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문화부-영등위, 꼬리에 꼬리 무는 책임공방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문화부-영등위, 꼬리에 꼬리 무는 책임공방

[현장]사행성 게임 심의기준 완화의 책임, 어디에 있나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든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바다이야기' 사태가 확대되면서 사행성 게임장의 심의기준을 완화한 책임의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권장희 전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이 22일 "문화부가 사행성 게임의 심의기준 규제완화를 요구했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문화부 전 게임음반과장 "영등위에 중복규정 삭제 요구했을 뿐"

권 전 위원은 문화부가 2004년 5월10일 영등위에 보낸 공문 '게임제공업용 게임물 등급분류기준 개정안에 대한 의견제출'을 공개하며 사행성 게임장 확산의 책임이 문화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권 전 위원이 공개한 공문 작성 책임자인 김용삼 문화부 전 게임음반과장(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무과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권 전위원의 주장을 상세히 반박했다. 문화관광부는 22일에도 이 주장에 대한 해명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김 전 과장은 당시 문화부가 파친코ㆍ카지노 기구 및 유사게임물을 부가게임에서 제한하도록 규정한 영등위 안을 삭제하라고 요구한 사실에 대해 "이미 영등위 등급분류기준(5조 2호)에서 '이용 불가'가 규정돼 있으므로 중복규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전 과장은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한 뒤 "영등위의 등급분류 기준에 사행기구나 카지노기구와 유사한 내용을 포함한 게임은 이용불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 것으로 미뤄, 바다이야기는 이 규정을 어긴 '불법적 게임'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히고 "등급 심의는 전적으로 영등위의 소관이라 문화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영등위가 청소년 게임물에 환전 가능한 경품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을 삭제해달라고 문화부가 요청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전 과장은 "상위 규정인 경품취급기준 고시에서 이미 정하고 있는 사안이라 중복규정이기 때문에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히며, "이미 규정된 사항을 또다시 규정하는 의도가 이해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영등위가 사행성 부가게임(릴게임)의 비율이 25% 이내여야 한다고 명시한 것을 문화부가 삭제토록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 부가게임으로 릴게임이 제공됐다. 그런데 이런 릴게임은 슬롯머신 형태로 돼 있어서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고 판단해 아예 부가게임 조항을 삭제하도록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후 게임업계는 영등위에 부가게임의 대폭 확대를 요구해 영등위가 이를 일부 수용했고, 지난해 2월 이후 세부규정에 40%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즉 권 전 위원의 주장처럼 당시 문화부가 부가게임 비율을 40%로 확대하도록 요구했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영등위가 네트워크 게임물의 연결대수를 60대로 제한했으나 문화부가 삭제를 요구한 것에 관해서도 김 전 과장은 "세부 규정에서 60대까지 네트워크 게임물을 허용하는 것은 이미 사회문제화된 스크린경마와 같은 네트워크 게임물의 팽창을 조장할 우려가 높아 반대의견을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당시 영등위가 게임의 정액창, 게임점수창, 베팅창, 경품창 등의 분리를 규정한 것을 문화부가 삭제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등급분류의 기본 취지는 게임내용에 따라 등급을 결정하는 것이지 게임물의 외관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봤다"며 "게임의 성격과 무관한 사항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다양한 게임물이 개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등위 "우리는 법적 책임이 없다"

하지만 이런 문화부 측의 반박을 두고 영등위는 수긍할 수 없다는 태도다. 이경순 영상물등급위원장은 23일 서울 장충동 영등위 사무실을 방문한 한나라당 '권력형도박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용삼 전 과장의 해명을 일축하며 "권 전 위원의 발언을 상당 부분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바다이야기'를 비롯한 사행성 성인게임이 확산된 책임을 검찰과 경찰, 국회와 정부에 돌렸다.

그는 "경품용 상품권이 허용되고 변질돼 사행성이 높아진 점, 심의에 올라온 것과 전혀 다르게 변조된 게임물이 시장에 유통된 점 등은 검찰과 경찰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이를 놓고 심의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고 몰아붙이는 시각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가 심의 과정에서 허용하지 않은 기능(예시, 연타, 자동 기능)이 구현되도록 불법적으로 변조된 게임기가 전국에 6만5000대나 깔렸다. 이는 검·경에서도 진작 알았을 것"이라면서 "도의적 책임은 느끼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 (바다이야기 심의) 당시 심의 기준에 어긋난 게 없기 때문에 허가가 났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국회와 정부에 대해서도 "작년에 이미 박찬숙 의원이 감사청구를 했는데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때에 국회와 정부가 합심해서 대응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전 영등위원 "게임 제작자 편에 선 문화부, 본질을 흐리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문화부의 해명 내용을 접한 권장희 전 영등위원은 다시 반박자료를 배포했다. 권 전 위원은 이 자료에서 이날 발표된 김용삼 문화부 전 게임음반과장의 해명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어긋나 있는 경우가 많아서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김 전 과장은 스크린경마와 같은 네트워크 게임물의 팽창을 조장할 우려 때문에 네트워크 게임물의 연결대수를 60대로 제한한 규정을 아예 삭제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 규정은 '잭팟'(게임 도중 특정한 표시가 뜨면 중앙에 있는 '잭팟' 창에 돈이 쌓인다. 잭팟에 연결된 게임기의 수가 많을수록 금액이 커진다)에 연결되는 게임기의 수를 제한한 것인데 김 전 과장이 네트워크 상에 연결된 게임기의 수를 일괄적으로 제한한 것처럼 설명했다는 것이다. 권 전 위원은 "문광부의 해명대로라면 당시에 이미 60대까지 연결해서 심의를 통과한 것들은 모두 불법게임물일 것"이라며 "세부심의규정의 60대 규정은 잭팟에 연결되는 게임기의 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전 위원은 "잭팟에 연결되는 게임기의 수를 60대로 제한한 것은 김 전 과장의 설명과 달리 수 백 대의 게임기를 잭팟에 연결할 경우 게임의 사행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도입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권 전 위원은 "김 전 과장이 이처럼 왜곡된 사실 관계에 바탕한 주장을 편 것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문화부가 삭제 또는 수정을 요구한 조항이 "결과적으로 '해당 게임물의 사행성'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전 위원은 "영등위는 심의하는 게임물의 사행성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일차적 관심이 있었다면, 문화부는 게임물 제작자의 편의와 자율성 제고에 더 관심이 있었다"며 "문화부가 게임의 사행성 여부과 무관한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함으로써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영 "영등위 홈페이지서 '바다이야기' 관련 내용 왜 삭제됐나"

한편 이날 영등위를 조사한 한나라당 조사특위 위원장 이주영 의원은 "심의에 참여했던 직원들이 게임 관련 업체에 취업해 있고, 또 당시 '바다이야기'를 심의했던 아케이드 게임 소위원회 관련자 중 일부는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면서 "영등위가 제대로 된 심사를 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의원은 영등위 홈페이지에 그동안 심의를 받은 여러 게임의 사진과 설명이 함께 올라와 있는데, 유독 '바다이야기'만 사진 아래 설명이 삭제돼 있는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영등위 측이 "'바다이야기'의 사행성 문제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자주 질문이 오는데 그 대목은 어차피 심의 대상이 아니라서 (번거로운 질문을 피하기 위해) 올해 1월 무렵 삭제했다"고 해명했지만 "설명이 게재돼 있을 경우 누가 봐도 사행성이 명백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사행성 게임을 통과시켰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삭제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바다이야기'에 대한 심의가 이루어진 시점인 2004년 말 근무했던 심의위원들이나 직원이 한 사람도 안 남아 있어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힌 뒤, "추후 영등위로부터 자료를 더 확보하고 문화부에 대한 조사도 진행해 이번 사태의 진상을 보다 분명하게 규명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한나라당뿐 아니라 검찰과 감사원도 본격적으로 '바다이야기' 사태를 조사하고 있다. 이들의 조사가 이같은 책임공방을 넘어서서 온 나라를 사행성 게임장으로 뒤덮은 책임의 진원지를 가려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