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성인오락 '바다이야기'의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통과 과정을 둘러싼 문화관광부와 영등위 사이의 책임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부가 지난 2004년 5월 게임산업의 사행성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공문을 영등위에 보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이는 영등위에 사행성 방지 기준을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그간 문화부 측의 설명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문화부, 200배까지 배당 가능토록 요구"
제2기 영등위(2002년 2월~2005년 5월) 위원이었던 권장희 씨는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놀이미디어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004년 5월 10일 문화부가 영등위에 보낸 공문을 공개했다. 당시 문화부 장관은 이창동 전 장관이었다.
권 전 위원은 "문화부는 사행성 규제 완화 요구를 꾸준히 해 왔고, 심지어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게임기에도 상품권을 부착하는 규정을 만들라고 요구했다"며 도박산업 확산의 궁극적인 책임이 문화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등위가 최고 배당률을 20배로 제한한 데 대해서도 문화부는 이를 200배까지 배당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문화부가 연속ㆍ자동진행 금지 규제를 삭제하라고 해 한 사람이 여러 대의 '바다이야기'에서 동시에 배팅하도록 만들었다"며 "이는 '바다이야기'의 불법 개변조를 용이하도록 한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문화부는 '전체 이용가(可)' 게임에 대해 환전 가능한 상품권, 메달, 구슬, 티켓 등을 경품으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영등위 규정안을 삭제하도록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문화부, 영등위에 사후관리 책임 떠넘겨"
권 전 위원은 또 "문화부는 '사후관리대책반'을 2003년 영등위로 이관해 그 기능을 약화시켰다"며 "이때 영등위는 실효성을 이유로 이관을 반대했으나 문화부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부는 상품권 도입이 게임의 사행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침에도 심의기관인 영등위에 협의 요청이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유진룡 차관이 지난 7월 20일 '국회 불법 사행성 게임 근절 및 게임산업 진흥대책 소위'에 출석해 국회의원들 앞에서 거짓 얘기를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손봉숙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문화부가 '바다이야기'의 책임을 민간기구인 영등위로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지금 게임 경품용 상품권이 유통되고 있는 규모가 28조 원인데, 이는 문화부 1년 예산의 14배에 달하는 금액"이라면서 "이런 일은 문화부 장관 재량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손 의원은 "불법 사행성 게임시장을 기형적으로 성장시킨 근거와 원인 제공자는 게임산업 정책 책임을 담당하는 문화관광부와 현 정부"라면서 "사행산업이 계속 확장된 것은 정부의 의도된 정책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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