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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나인 라이브즈 9 Lives

감독 로드리고 가르시아 출연 다코타 패닝, 글렌 크로스, 홀리 헌터, 로빈 라이트 펜 수입,배급 동숭아트센터 |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112분 2006년 | 상영관 하이퍼텍 나다 8,90년대 할리우드를 주름잡던 그 많은 여성배우들은 전부 다 어디로 갔을까. <포레스트 검프>(1994)의 로빈 라이트 펜, <피아노>(1993)의 홀리 헌터, <광부의 딸>(1980)의 시시 스파이섹, <위험한 정사>(1987)의 글렌 클로스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나인 라이브즈>는 분명 반가운 영화가 될 것이다. <나인 라이브즈>의 선두에 나선 할리우드의 여성배우들은 이들 뿐만이 아니다. 다코타 패닝,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같은 차세대 아역배우들과 엘피디아 카릴로, 리사 게이 헤밀튼, 에이미 브레너먼과 같은 '숨겨진' 배우들도 이 영화의 진열에 함께 한다.
나인 라이브즈 9 Lives ⓒ프레시안무비
<나인 라이브즈>는 9개의 목숨이라는 뜻의 제목에 걸맞게 9개의 에피소드로 엮인 영화. 9명의 여인들이 조용한 일상 속에서 갖가지 감정의 파고와 맞닥뜨리는 순간들을 엮은 에피소드 드라마다. 이 에피소드들은 각각 12분씩 펼쳐진다. 만삭의 배를 하고 장을 보러 나온 다이애나(로빈 라이트 펜)는 식료품점에서 옛 연인 데이미안(제이슨 아이작스)과 마주친다. 집을 나간 지 몇 년 만에 아버지를 찾아온 홀리(리사 게이 해밀튼)는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집에 남아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보기로 한 사만다(아만다 사이프리드)에게 부모는 자신들에 대해 부담을 가지지 말라고 하지만 사만다는 그런 말에 은근한 부담을 느낀다. 로나(에이미 브레너먼)는 전 남편의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전 남편 앤드류(윌리엄 픽츠너)는 로나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은 로나 당신이라고 고백한다.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은 여성의 삶을 세밀하게 관찰한 2000년 감독 데뷔작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을 통해 그 해 선댄스영화제 각본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바 있다. <나인 라이브즈>에서 가르시아 감독은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의 섬세한 각본과 연출을 재현해 내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아홉 명의 여성들의 삶의 단면을 각각 12분의 원 신 원 컷(one scene one cut)으로 담아낸다. 단 한번의 컷트도 없이 카메라가 따라붙는 가운데 아홉 명의 여성들은 12분간 감정의 오르내림을 경험한다. 12분의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은 지나간 기억과 마주하고, 기쁨과 슬픔을 왔다갔다하고 끊임없이 망설이고 흔들린다. 이 롱테이크 기법은 아홉 여성들의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을 뒤쫓는 데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가르시아 감독은 현재의 순간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이 여성들이 마주하는 '오늘', 12분이라는 시간 안에는 이 여성들이 살아온 지난 삶의 숱한 희로애락과 고민, 상처, 회한들이 소용돌이친다. 그런 의미에서 가르시아 감독은 순간을 통해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의 우주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보인다. 아홉 명의 여성들이 경험하는 12분은 결국 시간은 흘러감을, 삶은 지나가는 것임을,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삶에 연결되어 있음을, 곧 우리 모두는 거대한 우주의 일부임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12분 동안 섬세한 연기를 펼쳐 보인 주연 배우들의 물 흐르는 듯한 감정연기야말로 이 영화가 순간을 통해 삶의 우주를 들여다보게 한 원동력이라 할 만 하다. 제58회 로카르노영화제는 이 영화에 출연한 14명의 여성 배우 전원(다코타 패닝, 글렌 클로스, 홀리 헌터, 캐시 베이커, 에이미 브레너먼, 리사 게이 해밀튼, 아만다 사이프리드, 시시 스페이섹, 로빈 라이트 펜, 엘피디아 카릴로, 몰리 파커, 메리 케이 플레이스, 시드니 타미아 포이티어 등)을 여우주연상인 동표범상의 주인공으로 호명했다. 이들 중에서도 오랜만에 만나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을 온몸으로 표현한 리사 게이 해밀튼과 소원한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를 오가지만 자신을 의지하는 부모에게 부담감을 느끼는 심리를 똑 부러지게 연기해 낸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가히 이 영화의 발견이라 할 만하다. <나인 라이브즈>는 올 여름, 월드컵과 블록 버스터의 열기에 지친 이들에게 잔잔한 가을바람과 같은 휴식을 전해 줄 영화다. 단돈 7천원으로 최고의 명연기를 펼쳐 보이는 14명의 여인들을 만나보는 기회는 흔치 않은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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