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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닮은꼴,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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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닮은꼴,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

8년이 지나도 계속되는 '진실을 위한 노력'

영화 <괴물>에서 박강두(송강호 분)는 괴물에 의해 죽은 줄만 알았던 딸 현서(고아성 분)의 전화를 받는다. 강두의 핸드폰으로 걸려온 현서의 전화는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한강변 어느 하수구에선가 현서가 살아 구출을 기다리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인 셈이다. 경찰은 강두의 휴대폰 통화 기록만 조회해 보면 그의 딸 현서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있는데도 끝내 강두의 말을 믿지 않았다. 경찰은 강두의 항변을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괴물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정신이상 증세로 치부했다.

강두는 답답한 마음에 절규한다. "제발 말 좀 할 수 있게 해 줘, 내 말 좀 끝까지 들어봐."

사건 발생 8년이 지난 지금도 '경찰이 믿지 않는 딸의 사망 사건에 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현조 씨는 그런 면에서 <괴물>의 강두와 꼭 닮았다. (관련기사)

'98년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으로 알려진 고 정은희 씨의 사망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홈페이지(www.ibuksori.com)가 아버지 정현조 씨 및 유가족들의 노력으로 지난 7일 새롭게 문을 열었다.

성폭력 가능성 '닫아둔 채' 수사 종결한 경찰
▲ ⓒ프레시안

1998년 당시 대학생이던 정은희 씨는 10월 16일 밤 10시경 남자친구인 박 모 씨와 함께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다음날인 17일 새벽 5시 10분경 정 씨는 대구고속도로 중앙분리대 쪽에서 화물트럭에 치였고, 정 씨는 그자리에서 숨졌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이 사건을 처음부터 '너무나 명백한' 단순 교통사고로 규정하고 트럭운전자 최 모 씨에게 '혐의없음' 의견을 낸 뒤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1999년 경북대 의과대학이 발표한 정은희 씨의 부검감정서에는 "고속도로를 횡단했다는 점, 집의 반대방향으로 가려 했다는 점, 혈중 알콜 농도가 0.13%로서 운동에 크게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라는 점 등은 흔히 보는 보행자의 교통사고와는 다르며 본시는 사고 전 신변에 중대한 위협을 받아 매우 긴박한 상황임을 암시해 준다"고 적혀 있다.

또한 사체에 속옷이 벗겨져 있었던 점,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속옷에서 정액이 검출된 점, 밤 10시부터 사고시각까지의 행적이 밝혀지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보았을 때 피해 여성은 성폭행을 당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경찰은 부검감정서가 나오기 한 달 전에 이 사건을 단순교통사고로 단정짓고 수사를 종결해 버렸다.

애초 발견된 속옷이 피해자의 것이 아니라며 유가족들의 주장을 부인하던 경찰은 사건 발생 1년9개월이 지나서야 이를 피해자의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수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가운데 이 사건은 2000년 언론의 조명을 잠시 받은 뒤 곧 잊혀졌다.

재수사 가능성 아직 남아 있어

정현조 씨는 그동안 담당 형사를 직무유기로 고소하고,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헌법소원도 제기해 보았다. 또 지방검찰청, 고등검찰청, 대검찰청에 수차례 진정서와 수사 재개 청원서도 냈지만 해당 기관에서는 이제 이전 진정과 동일하다며 그대로 기각될 뿐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검·경의 의지가 있다면 재수사는 충분히 가능하다. 헌법소원을 대리했던 박연철 변호사는 "지금이라도 사건의 성격을 살인이나 강간치사로 변경하고 속옷에서 나온 DNA가 누구의 것인지 조사범위를 확대해서 수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조 씨는 "돈도 없고 법도 모르고 권력도 없는 사람 같으면 (사건이) 해결이 안 됩디다"라며 탄식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노력에 '인색'한 경찰의 태도는 '괴물'처럼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허구는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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