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헌법재판소 소장에 전효숙(사법시험 17회) 헌재 재판관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상 첫 여성 헌재소장 탄생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14일 "(헌재소장) 유력 후보군이 이미 압축된 것은 사실이고 최종 점검을 거쳐 빠르면 16일께 공석이 되는 5자리의 재판관 명단도 함께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재판관은 개혁적 성향의 재판관으로 분류되고, 또 노무현 대통령과 사시 동기라는 점에서 한나라당 등 야권과 보수 세력은 '코드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신임 헌재소장으로는 전 재판관과 함께 이강국(8회) 전 대법관, 주선회(10회) 헌재 재판관 등이 물망에 올랐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전 재판관이 개혁적 성향이라는 점과 여성이라는 점에서 헌재소장으로 점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헌재소장이 전효숙 재판관 내정설…헌재에 개혁 바람 부나
전 재판관은 지난 2003년 8월 대법원장 지명으로 여성 최초의 헌법재판관이 됐고, 재판관이 된 이후에도 개혁적 성향의 의견으로 보수 일변도의 헌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재판관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도록 하는 조항에 대해 "병역 거부자의 양심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 없이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냈고, 노동조합법의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에 대해 노동계 의견을 일부 인정해 '한정 합헌' 의견을 냈다.
헌재가 무조건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한 민법 조항에 "법 개정시까지 관련조항을 유지시킨다"며 다소 소극적인 의미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을 때도, 전 재판관은 "국가가 일방적으로 아버지 성을 강요하는 부성주의는 오늘날 생활양식에 비춰 더 이상 정당화 될 수 없고 양성평등의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내는 등 여성 권익 보호에도 적극적이었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헌재는 "관습헌법상 서울이 수도이기 때문에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전 재판관은 '서울=수도'라는 관습헌법을 부정하는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등 야당과 일부 보수세력들로부터 '친 노무현' 평가를 받았으며 이번 현재소장 내정설에 '코드 인사'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게다가 전 재판관은 노 대통령과 사시 동기라는 점, 현 정부 들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기수 파괴'가 많이 일어난 점 등으로 일부 보수 세력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 재판관 내정설에 대해 "전 재판관이 헌재 소장에 임명된다면 여성, 소수자의 배려라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노 대통령의 사시 동기들이 검찰총장, 대법관, 헌재 재판관 등 사법계의 요직에 포진하고 있는 마당에 누가 코드 인사라고 하지 않겠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9월까지 헌재 재판관 5명 물갈이…진보 약진 여부 관심
한편 신임 헌재 소장에 누가 발탁되느냐 여부와 함께, 보수 색채의 헌재 구성에 진보 바람이 일어나느냐도 관심사다. 권성 재판관이 지난 11일 퇴임했으며, 윤영철 소장과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재판관은 다음달 15일 퇴임하는 등 9명 중 5명의 재판관이 조만간 교체된다.
헌재 재판관은 각각 대통령, 대법원장, 국회가 각각 3명씩의 추천권을 가진다. 이번에 새로 추천되는 5명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공동으로 1명, 한나라당, 대법원장이 각 1명 씩, 대통령이 2명의 추천권을 갖게 된다.
헌재는 1988년 구성 이래 보수 일변도였다는 비판을 받아 왔으나 전효숙, 조대현(17회) 재판관이 임명되며 "헌재에 진보의 숨결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