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레바논사태는 '이슬람'과 상관없는 문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레바논사태는 '이슬람'과 상관없는 문제"

[국내 이슬람의 항변] "레바논사태는 피점령자의 생존투쟁"

그들은 힘주어 말했다. "레바논 사태는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문제가 아니며 자신들의 땅을 점령당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투쟁"이라고. 그들은 또 강조했다. "내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중동의 역사를 조금만 알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라고.

서울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중앙 성원에서 만난 이슬람 신자들은 레바논 사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2006년 8월 8일. 이날 뉴스에서는 28일째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분쟁으로 레바논에서만 932명이 숨지고 91만3000명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이스라엘 측은 사망 94명, 부상 1867명으로 집계됐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사태의 발단은 정치였고, 지금 문제는 인권이다. 그곳에 종교는 없다"
▲ 이집트인 압둘 씨. 그는 "이번 레바논 사태와 아랍인들의 종교는 별개의 문제다. 지금 그들의 문제는 땅을 빼앗긴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

현재 전세계 많은 언론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헤즈볼라가 이슬람 세력을 결집시키며 이슬람 중심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작 이슬람 신도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태원에 있는 한국 이슬람 중앙 성원을 찾았다.

이집트에서 온 압둘 씨는 레바논 사태가 '정치·군사적 힘의 불균형'에서 기인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이슬람 문제가 아니라 중동 지역에 사는 아랍인들의 생존 문제라고 말했다.

"중동에 살고 있는 아랍 사람들의 종교는 이슬람일 수도 있고, 기독교일 수도 있으며 어떤 이들은 유대교를 믿을 수도 있어요. 테러리스트로 몰리고 있는 그들은 단지 이스라엘에 땅을 빼앗겼기 때문에 저항하고 있는 것뿐이죠."

모로코에서 온 무함마드 씨는 기자의 질문에 이번 사태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중동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며 중동 현대사에 대한 긴 설명을 늘어놓았다. 지금의 전쟁과 갈등은 종교 이전에 그 땅에 수백년 동안 살아 온 주민들의 삶 자체와 얽힌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이 국가를 세운 그곳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살던 땅이었다. 그것이 역사의 진실이다. 지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일부, 그리고 남부 레바논에 걸쳐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협조와 전세계적인 선전을 통해 이 땅을 유지해 왔다.
▲ 모로코인 무함마드. "이번 사태를 이해하려면 중동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프레시안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레바논에서 나가길 바란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레바논인들이다! 이스라엘은 그 땅을 아직도 원하고 있다. 그들이 그 땅에서 나간다면 모든 분쟁은 바로 그 순간 멈출것이다. 이것은 점령 문제다. 그것이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헤즈볼라의 지도자인 나스랄라가 '칼리프(이슬람교의 지도자)'의 지위를 획득했다는 항간의 설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정했다.

"칼리프는 이슬람에서 가장 권위있는 지도자를 뜻한다. 모든 무슬림이 그를 지도자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스랄라는 현재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 사람들 오해, 그래도 많이 풀렸다"

파키스탄에서 온 또 다른 무슬림은 격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지금 문제는 인권이다. 왜 모두들 힘 앞에 침묵하나? 난 무슬림이지만 이슬람을 무조건 옹호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죽인 빈 라덴도 잘못했고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한국 아이들이 예쁘고 소중한 것과 똑같이 레바논 아이들도 그렇다고 느낀다. 그 아이들은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한다."

역시 파키스탄인인 무스타킴은 "그래도 이슬람이 한국에서 '한 손엔 쿠란, 한 손에는 칼'이라고 알려졌던 오해가 이제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그는 "한 때는 무슬림들에게 가까이 가면 잡혀갈까봐 무서워했던 한국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거치면서 오히려 이슬람은 하나의 종교일 뿐이라는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이슬람교의 긴급 호소문>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는 지난 8월 1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과 민간인 학살에 대한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간 정치나 국제사회의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한국 이슬람교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일이었다.

호소문에는 "3주째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불법 침공과 무차별 공습으로 인한 무고한 민간인 학살과 사회시설의 파괴에 대해 15만 한국 내 무슬림들은 깊은 우려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은 부당한 학살을 중지하고 평화를 통한 공존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음은 호소문의 전문이다.


3주째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불법 침공과 무차별 공습으로 인한 무고한 민간인 학살과 사회시설의 파괴, 특히 7월 30일 레바논 카나 마을 공습으로 어린이와 여성들이 대부분인 60여명의 고귀한 생명이 무참하게 숨진 사건에 대해 15만 한국 내 무슬림들은 깊은 우려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문명세계에서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숭고한 생명에 대한 무차별적인 살상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국제법을 무시하고 남의 나라를 침공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을 것이다.



레바논의 주요 정치정당이고 레바논 국민들의 선거에 의해 선택된 합법적인 조직인 헤지불라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이를 무력으로 와해하고자 하는 이스라엘의 시도에 대해서도 강력히 규탄한다. 레바논 사태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문제의 본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으로 강제로 점령하고 있는 아랍영토에서 철수를 거부하고 나아가 이를 누차 강조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42호, 338호 등을 이행하지 않는데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우리는 이스라엘이 하루빨리 국제사회가 결의한 점령지로부터의 즉각적인 철수와 인근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형제들에 대한 부당한 학살 중지를 통해 평화를 통한 공존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진정한 평화를 갈구하는 국제사회와 유엔은 힘을 모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즉각 중지시켜 더 이상의 민간인 희생을 막고, 인도적인 지원과 더불어 휴전을 통해 상호존중의 평화의 틀이 진지하고 합법적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2006년 8월 1일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
이사장 손 주 영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