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났다. 29일 오후 5시께 기상청은 경상북도 문경과 울진 등에 내렸던 호우주의보를 해제했으며, 이로써 그간 전국에 내려졌던 기상특보가 모두 해제됐다.
중복인 30일에는 전국적으로 불쾌지수가 80을 웃도는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제 본격적으로 닥칠 무더위를 예고했다. 기상청은 8월 한 달 간 평년과 비슷하게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강수량도 예년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주말부터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하지만 7월의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한 이재민들의 피해가 아직 복구되지 않고 있어, 여름휴가를 마음 편하게 즐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7월 "그칠 줄 알았더니 또 오고, 또 와…"
"지겹다."… "그쳐라."… "무섭다."
지난 6~7월 장마 기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쏟아낸 반응이다.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던 사람들도 올해는 그 정도가 심하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올해 장마는 '신기록'에 가까웠다. 기상청은 29일 "올해 장마는 46일 간 지속돼 평년에 비해 2주 정도 길었고 강수량도 평년의 약 2배 정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기록적인 장마는 7월 한 달 간 전국에 피해를 입혔다. 사망 22명, 실종 32명 등 50명이 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2천여 가구, 5천여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재산피해 규모는 전국적으로 대략 1조9천억 원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18일까지 쏟아진 비로 만신창이가 됐던 중부권에 27일부터 또 다시 시간당 2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져 복구작업이 중단됐고 이재민들은 또 한 번 절망했다.
응급복구해 놓은 도로가 다시 터지고 겨우 흙더미 속에서 건져낸 살림살이를 채워 넣은 집이 또 다시 물에 잠기자 이재민들은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는 도리밖에 없었다.
29일 오전부터 비가 그침에 따라 경기와 충청남북, 강원 등 중부권 일대에서는 복구작업이 일제히 재개됐다.
수해 입은 주민들 '휴가는 남의 일'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긴 7월과 달리 8월에는 예년과 다름없는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8월 한 달 간 예년과 다름없는 기온과 강수량이 예측되지만, 지역에 따라 대기불안정에 의한 집중호우의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수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과 피해지역의 복구작업에 나선 이들에게 휴가는 당분간 '남의 일'이 될 듯하다.
직장인들 중에도 강원도 등 수해가 극심했던 지역으로 휴가를 떠나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정치인들 중에도 수해 피해로 인해 악화된 민심을 우려하며 휴가일정을 잡지 못하고 대신 '민생투어'를 계획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궂은 날씨로 개점휴업 상태를 맞았던 관광지 주민들은 "피서를 오는 것이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라며 행여 휴가철 경기가 예년만 못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30일 강원 경포대와 부산 해운대, 충남 대천해수욕장 등 전국의 유명 피서지에는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등 피서 행렬이 시작돼 관광지 주민들의 걱정을 다소 씻어주고 있다.
강원도의 한 해수욕장 관계자는 "장마가 길어져 해수욕장을 찾은 인파가 60~70%까지 줄었지만 앞으로 날씨만 좋다면 상당히 만회될 것 같다"며 그러나 "피서철이 얼마 남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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