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광화문 일민미술관 옥상에서는 한미 FTA에 반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이 진행되고 있었다. 미술관 앞에는 이들을 지지하는 학생, 노동자 60명 가량이 모여 있었고, 옥상 위 노동자들과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경찰이 배치된 상태였다.
문 씨는 가던 길을 멈추고 이곳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경찰은 그곳에 있던 학생과 노동자들을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연행하기 시작했고, 문 씨는 연행 장면들을 캠코더로 촬영했다.
그러나 촬영 중이던 문 씨는 '기자증이 없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집회 참가자로 간주돼 다른 이들과 함께 연행됐다. 그는 약 10시간 가량 경찰서에 구금되었다가 신원조사 후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문 씨는 "난 집회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 취재 중이라고 항의했는데도 경찰들은 '위의 지시'라며 강제로 경찰버스에 태웠고, 연행될 때 미란다 원칙은 듣지도 못했다"며 "경찰서로 가니 또 다른 경찰은 '난 현장 상황은 모르지만 죄가 있으니까 오지 않았느냐'고 추궁하더라"고 말했다.
"경찰이 알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은 무엇인가?"
한국독립영화협회, 한미 FTA저지 시청각미디어 공동대책위원회, 미디어문화행동,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등 미디어단체들은 25일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문성준 씨를 불법으로 강제연행한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헌법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방송법에는 '방송 참여의 권리'가 명시돼 있다"며 "이번 사건은 이같은 국민의 기본권을 '거대 언론사의 취재 자유' 정도로밖에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경찰의 천박한 인식 수준을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영화감독 김경형 씨는 "영화감독도 '감독 증명증'이 있어서 촬영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당연한 권리인 '카메라를 들 자유'를 왜 경찰청 앞에서까지 와서 보장해달라며 외쳐야 하나"라고 말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문성준 씨는 "경찰이 방송 참여의 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에 앞서 집회 참가자들을 '미신고'라는 이유로 강제로 연행하며 인신의 구속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한국 경찰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이원재 상황실장은 "얼마 전 한미 FTA 반대 집회에서 전농의 문경식 의장이 경찰 방패에 맞아 다쳤을 때 한 경찰 간부가 '우리 애들이 의장님인 줄 몰랐나 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경찰의 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또 한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찾는 이들이 진정한 언론 활동을 하고 있는 것"
이들은 "'언론의 자유'를 무시하는 경찰의 만행은 이번뿐만이 아니다"라며 "유사한 사건들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 지난 5월 4일 평택에서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이 진행되고 있을 때 참세상 취재기자인 홍석만 씨 또한 기자증이 없다는 이유로 연행돼 48시간 동안 구금됐던 일 △지난 6월 평택 대추리에서 활동 중인 인터넷 방송 '들소리'의 미디어활동가들이 폭력적으로 불법연행됐던 일 등을 지적했다.
전규찬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는 "주류매체들이 기업들의 선전기관으로 전락해버리고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이때 현장을 찾아가 사실을 알리려는 미디어 활동가들이야말로 진정한 '알 권리'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형 감독은 "앞으로 폰카(핸드폰 카메라) 등 기술의 발달로 인해 카메라를 드는 사람은 계속 늘어날 것이며 불법행위가 일어날수록 더 많은 카메라가 모이게 될 것"이라며 "시대착오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찰들, 공부 좀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독립영화협회를 비롯한 미디어 활동 단체들은 앞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독립적 미디어활동에 대한 불평등 행위를 제소하는 등 취재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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