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집중호우로 53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3천여 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17일 공식 집계된 인명피해 규모는 사망 20명(강원 19명, 경기 1명)에 실종 33명(강원 29명, 경기 2명, 충북 1명, 전북 1명)으로 모두 53명이다. 전날까지 33명이었는데 하루만에 20명이 더 늘어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최고 500mm 이상의 기록적인 강우를 기록한 강원도 지역에서 4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해 피해가 집중됐다고 밝혔다.
3천여 명의 이재민 … 강원 지역에 인명 및 재산 피해 집중
인명피해는 주로 폭우로 불어난 강물이나 계곡물에 휩쓸리거나 산사태로 매몰돼 발생하고 있다. 인명피해뿐 아니라 이재민 숫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17일 전국에서 29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2천 명가량은 인근 학교나 마을회관 등에 수용됐고, 900여 명은 친척집이나 이웃집 등으로 거처를 옮겼다.
지금까지 강원도와 경기, 인천 지역에서 1515동의 주택이 침수됐고 110동의 주택은 부서졌다. 특히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1400여 가구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평창, 인제, 양양에서도 각각 866가구, 133가구, 129가구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겪었다.
수해가 집중된 강원도 지역은 농경지 피해도 심각하다. 이 지역에서 지금까지 유실되거나 매몰된 농경지는 324ha, 침수된 곳은 3124ha에 이른다. 남부 지방에 비해 농경지가 적다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면 강원도의 이같은 피해규모는 그만큼 더 심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밖에 한우사와 양봉 농가의 피해도 잇따랐다.
강원 지역의 공공시설 피해도 심각하다. 도로 121곳이 유실되거나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고속도로는 4곳, 국도는 37곳, 지방도로는 49곳이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춘천의 사평천과 양구의 월명천, 수입천 등 하천 48곳 16km, 소하천 22곳 5km가 유실됐다. 강원도 지역의 14개 학교도 침수 등의 피해를 입었다.
재산피해뿐만 아니다. 정전과 통신 두절이 이재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1만9800여 가구가 산사태와 도로유실로 인한 정전 피해를 입었다.
통신 두절도 잇따랐다. 한계령 기지국과 인제 원대기지국, 오색 약수지역 등 강원 지역 기지국 전송로 8곳이 끊겼고 전화회선 5천여 개과 인터넷 1천여 회선이 도로유실로 인해 불통됐다.
게다가 강원도 평챵과 양구, 인제, 양양 지역에서 정수장과 취수장 시설이 피해를 입어 6만1천여 명의 주민들이 수돗물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10여개 시군 특별재난지역 조기 선포 … 피해 지역 내 학교들은 방학 앞당기기로
정부는 태풍과 집중호우 피해가 심각한 강원 인제, 평창과 경남 진주, 의령 등 10여 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조기 선포하기로 하는 등 피해 복구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이용섭 행자부 장관)는 이재민에 대한 사망자위로금, 부상자 치료비, 주택복구비, 생계지원비 등을 시,군,구 공무원의 확인만으로 바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부처별로 지원하던 지원금도 소방방재청으로 창구를 일원화하기로 했다.
재난사고 사망 및 실종자는 가구주의 경우 2천만 원, 가구원은 1천만 원의 위로금이 지급되고 주택의 경우 전파(全破)는 1채당 1400만 원, 반파(半破)는 700만 원의 지원금이 각각 지원된다. 농경지 등 재산피해는 피해 정도에 따라 50만 원에서 3억 원까지 지원된다.
이와 함께 강원도와 경기도 등의 폭우 피해 지역 내 학교들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시에 따라 조기방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17일 해당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도로유실이나 침수, 가옥피해, 단수 등으로 등하교 및 학사운영이 어려울 경우 조기방학을 실시하고 학교시설물의 추가 붕괴 여부를 확인하여 위험 시설물 접근을 통제하도록 했다.
호우피해가 가장 컸던 강원도에서는 인제 지역 초중고 29개 학교가 당초 예정일인 20일보다 이틀 앞당겨 18일부터 조기방학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기도교육청도 관할 교육청 및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교장 재량으로 여름방학을 조기에 실시하도록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축대 붕괴사고가 발생한 은평구 응암1동 영락중학교에 대해 18일 임시 휴교하도록 했으며 22일 시작되는 여름방학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도로 및 철도 곳곳 통제, 18일 출근길 교통혼잡 예상
집중호우로 인해 교통통제가 계속되고 있다. 영동 고속도로 강릉-원주 구간이 통제되고 있고, 강릉 둔내와 원주 횡계 사이 구간은 통제에서 풀려나 부분 개통됐다. 국도는 6호선 등 14개 노선 19개 구간이 전면 또는 부분 통제되고 있다.
서울시내 도로는 한강 수위가 높아져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동서부 간선, 내부순환로 등 19곳이 통제되고 있다.
18일 출근길 교통혼잡이 예상됨에 따라 서울시는 18일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에 지하철 1∼8호선에서 전동차를 2분30초∼3분으로 간격으로 운행하도록 하는 한편, 서울 시내버스 노선(간선, 지선)도 예비차량 280대를 총동원해 717회 증편해 운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철도 피해도 만만치 않다. 정선선 구절리~증산, 오대천 구간과 경의선 임진강~도라산 구간, 그리고 태백선 석항~청룡포, 석항역 구간이 통제되고 있다.
집중호우 남부로 이동할 듯…남부 전 지역으로 호우특보 확대 예상
앞으로는 중부지방보다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마전선이 남쪽으로 점점 더 내려가면서 강한 비구름이 남부지방에 집중적으로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17~18일 이틀 간 충청과 남부 지방에는 60~2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오후 전북 무주과 진안에 호우경보가 발효됐으며, 충청과 경북, 전북 북부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나머지 남부 지방에는 모두 호우 예비특보가 발효 중이다. 하지만 17일 밤에는 남부지방에 강한 비가 내리면서 호우특보가 남부 전 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미 많은 비가 내린 중부지방은 17일 낮 현재 대부분 비가 그치거나 약해진 상태이며, 17일 밤에는 잠시 날이 갤 것으로 보인다.
고양 -> 강원, 서울, 경기 -> 남부지방 … 지역을 옮겨다니는 게릴라성 집중호우
이번 폭우는 장마전선이 지역을 옮겨다니면서 집중적으로 비를 쏟아붓는 이른바 게릴라성 집중호우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에 강수량 400㎜ 가까운 장대비가 쏟아져 일산 신도시가 침수되더니 이후 강원, 서울, 경기 지역이 장마전선의 집중적인 표적이 됐다. 매우 좁은 지역에 시간당 50㎜ 안팎의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내려 특정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게릴라처럼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국지성 집중호우가 한 지점에 내리는 폭우인데 반해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여러 지점 또는 한 지점의 호우가 끝나면 다른 지점으로 옮겨 장대비를 쏟아붓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중부지방 호우는 3호 태풍 '에위니아' 때문, 남부지방은 4호 태풍 '빌리스'의 영향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장마전선이나 태풍의 영향, 또는 저기압이나 고기압의 가장자리에서 나타나는 대기의 불안정 등으로 형성된 상승기류에 의해 만들어진 적란운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적란운은 보통 수평 방향으로는 수㎞에서 수십km에 이르며, 수직 방향으로는 대류권 꼭대기인 권계면까지 이르는 거대한 구름대다. 이렇게 두꺼운 구름대인 적란운은 약 1000만~1500만t의 수증기를 담고 있으며 이것이 집중호우를 내리게 하는 것이다.
기상당국은 이같은 적란운의 형성이 2개의 태풍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부지방의 집중호우는 제3호 태풍 '에위니아' 때문이고, 남부지방은 제4호 태풍 '빌리스'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태풍 에위니아가 과거와 달리 일본 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우리나라 남서해안 쪽으로 밀려 올라가면서 동해안의 북태평양 고기압대와 팽팽하게 맞서면서 북한지역과 중부지역에 장마전선을 붙들어 놓았는데, 그 과정에서 장마전선이 에위니아로부터 막대한 수증기를 공급받아 엄청난 양의 비를 뿌렸다는 설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중부지방의 집중호우는 에위니아가 장마전선을 활성화시켰기 때문"이라면서 "에위니아가 빠져나가면서 남하한 장마전선은 제4호 태풍 빌리스를 만나 또다시 활성화되면서 남부지방에 집중호우를 뿌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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