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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아치와 씨팍

감독 조범진 | 목소리 연기 류승범, 임창정, 신해철, 현영 제작 제이팀 스튜디오 | 투자,배급 스튜디오2.0 등급 18세 관람가 | 시간 85분 | 2006년 상영관 CGV, 메가박스, 대한극장, 서울극장 자원이 고갈된 미래의 어느 때, 대체 에너지를 찾아 나선 인류가 발견한 자원은 다름 아닌 인간의 '똥'이다. 이리하여 바야흐로 '똥 장려 시대'가 도래한다. 자원 수급에 애쓰고 있는 정부는 모든 시민들의 항문에 아이디 칩을 삽입하고 우수 배변자에겐 그에 대한 보상으로 마약 성분이 들어간 '하드'를 지급하기 시작한다. 정부에 의해 배변량 감시와 통제가 암암리에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 곧 여기저기 문제들이 터져 나온다. 사람들은 하드에 든 마약에 중독되고 이에 따른 돌연변이가 속출한다. 거기다 하드를 밀거래하는 건달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아치와 씨팍 ⓒ프레시안무비
뒷골목 양아치 아치(류승범)와 씨팍(임창정)의 직업도 하드 좀도둑. 그러나 이들은 말 그대로 '좀스런' 수준이다. 돌연변이들이 주축이 된 '보자기 갱단'은 두목(신해철)의 지시 아래 대규모 하드 강탈 조직으로 커가고 정부가 만들어낸 강화인간 '게코'는 이들과 맞선다. 어느 날, 이들 모두 앞에 아리따운 배우 지망생 이쁜이(현영)가 나타난다. 얼굴, 몸매 모두 '죽이는' 이쁜이는 또 다른 면에서 사랑스런 여인. 우연히 초특급 배변 능력을 갖게 된 이쁜이는 똥 한 번에 하드 수백 개를 얻어낼 수 있는 이 시대의 '인재'다. 이쁜이를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아치와 씨팍, 그리고 이쁜이를 탐내는 보자기 갱단의 추격이 벌어지고, 배변량 이상을 감지한 정부도 이쁜이 추적에 동참한다. 이쁜이를 향한, 아니 하드를 향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아치와 씨팍>은 배경이 되는 상황부터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까지 모두 황당하고, 엉뚱하며, 기발함으로 꽉 차 있다. 애초 애니메이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내 멋대로' 만들었다는 조범진 감독의 말 그대로 '멋대로' 생각하고 만들어낸 발상과 코드들이 기존의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하고 묘한 웃음을 선사한다. '18금 애니'를 표방한 영화답게 잔인한 폭력성과 노골적인 성(性)묘사가 뻔뻔할 정도로 그대로 드러나지만 이 역시 거북한 느낌보다는 박진감에 더 가까운 리듬이다. 8년을 함께 해오며 <아치와 씨팍>에 열정을 기울여온 제작진 '제이팀'의 노고 덕분에 2D와 3D가 만나 그려내는 영상도 맛깔스럽다. 빠른 스피드로 이루어지는 액션 신들을 모조리 받아 옮겨낸 그림체들은 <아치와 씨팍>의 높은 비주얼적 완성도를 가늠하게 해준다. <아치와 씨팍>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건 목소리 주연들. 양아치 날건달 아치의 류승범, 무식하지만 사랑에 대한 열정만은 묵직한 씨팍의 임창정, 간들어지는 애교쟁이 이쁜이의 현영 모두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이에 더해 평소 '대마왕'으로 불리는 신해철은 보자기 갱단 두목에게 진정한 '마왕'의 면모를 갖춘 목소리를 부여했다. 이밖에도 의 멀더와 스컬리로 알려진 성우 이규화, 서혜정의 목소리 연기도 일품이다. 시종 빠른 리듬감으로 진행되지만 지루한 느낌이 슬며시 끼어드는 건 <아치와 씨팍>을 아쉽게 만드는 대목이다. 수많은 캐릭터가 한꺼번에 등장해 각각 이야기를 끌어가다보니 이야기 전체가 탄탄하게 묶여지지 못했다. 또한 영화의 실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아치와 씨팍의 캐릭터에 감정이 좀처럼 실리지 않아 관객과 소통하는 지점을 놓친 것도 <아치와 씨팍>을 지루하게 만든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아치와 씨팍>은 그저 재미있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오락 영화로 손색이 없다. 건전하고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 아닌 새롭고 기발한 애니메이션을 원한다면 이보다 더 맞춤한 영화도 없을 듯. 영화 내내 '아치와 씨팍 식'으로 재현된 <인디아나 존스><전함 포템킨><스파이더 맨><매드 맥스> 등의 영화 장면을 '찾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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