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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 Sophie Scholl-The Final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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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 Sophie Scholl-The Final Days

감독 마크 로드문트 출연 줄리아 옌치, 알렉산더 헬트, 파비안 힌리히스 수입,배급 스폰지 |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117분 2005년 | 상영관 시네코아 캄캄한 화면. 어딘선가 발소리가 걸어 들어온다. 그리곤 이어 '철커덕'하는 둔탁한 쇳소리가 떨어진다. 곧 이어 다시 발소리. "자유, 만세"라는 목소리와 함께 다시 쇳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똑같은 과정이 또 한 번 반복된다. 1943년 2월 22일, 세 명의 젊은이가 단두대에서 목숨을 잃었다. 한스 숄과 소피 숄, 그리고 크리스토프 프롭스트. 20대 초반의 이들 모두는 나치 정권 하의 독일, 히틀러 정권에 저항한 뮌헨 대학생들의 모임 '백장미'단 소속이었다. 히틀러의 폭압정권이 유럽 전역을 뒤흔들던 시기, 백장미단은 나치 정권의 참 모습을 대중에 알리기 위해 전단을 만들어 뿌렸다. 한스 숄과 소피 숄은 뮌헨 대학에 전단을 흩뿌림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체포되었다. 그리고 체포 5일 만에 처형됐다.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 Sophie Scholl-The Final Days ⓒ프레시안무비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은 제목 그대로 '소피 숄'이 체포되는 순간부터 단두대로 걸어가기까지의 마지막 날들을 담고 있다. 마크 로드문트 감독은 숄 남매의 정권 저항 활동을 드라마로 화면 위에 재현해 보여주는 대신, 소피 숄(줄리아 옌치)과 수사관 로버트 모어(알렉산더 헬트)의 팽팽한 심문 과정을 통해 이들의 활동과 신념을 화면 위에 불러낸다.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피 숄과 로버트 모어의 심문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를 내세운 소피 숄과 '전체주의적 시선'을 견지하는 모어의 상반된 가치관이 거칠게 맞붙는다. 하지만 소피 숄의 신념은 흔들림이 없다. 모어는 소피 숄을 심문하는 위치에 있지만, 나치 정권의 무능과 부패, 인종 청소를 비롯한 반인륜적이며 반도덕적인 행위를 열거하며 자신의 신념이 옳음을 주장하는 소피에게 오히려 심문 당한다. 그리고 그녀의 단호한 신념 앞에 자주 흔들리고 고개를 꺾는 모어의 눈빛은 그 어떤 선전문구보다 강하게 '자유를 향한 인간의 의지'를 역설한다. 심문하는 자와 심문당하는 자의 이 교묘한 역전 관계가 최고조에 오르는 것은 숄 남매와 프롭스트에게 사형을 결정한 국민 재판소의 법정이다. 변호인의 변호도 없이 '사형'을 향해 속전속결로 진행된 재판에서 재판장 롤란드 프라이슬러는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세 젊은이를 향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쏟아낸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견결한 이들의 눈빛은 '피의 재판관'이라 불릴 정도로 악명을 떨치던 재판장의 높은 목소리를 오히려 주눅 들게 하고, 재판소에 모여 있던 수많은 군인과 정치인들의 신념을 뒤흔들 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말기, 백장미단과 숄 남매의 실제 이야기를 옮긴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은 백장미단의 여러 활동을 제쳐두고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만 간결하게 정리해 오히려 영화적 긴장감을 팽팽하게 했다. 소피 숄의 편지와 일기, 마지막 심문 의사록 등을 읽으며 철저하게 소피 숄이 되기 위해 노력한 줄리아 옌치는 흔들림 없는 신념가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이 처한 상황에 깊이 고뇌하는 인간, 소피의 모습도 함께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또한 소피의 맞은편에서 자신의 신념을 실험 당한, 수사관 로버트 무어 역의 알렉산더 헬트의 연기도 빼어나다. 줄리아 옌치의 호연이 돋보이는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은 2005년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과 여우 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죽음을 맞던 당시, '철없는 이상주의자'로 치부되었지만 훗날 '독일의 양심'으로 떠오른 이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숄 가족, 잉게 숄에 의해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란 책으로 씌어졌으며, 마크 로드문트 감독 이전에 수많은 이들에 의해 여러 차례 영화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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