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축구를 알면 한국의 월드컵 16강 고지가 좀 더 가까워지지만, 스위스영화를 알면 유럽영화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와 영국에 편중되어 있는 국내 유럽 영화 문화의 풍토 속에서 '미지의 영화 세상' 스위스영화들을 만날 '드문' 기회가 마련된다. 서울 낙원동 필름포럼에서 열리는 '미지의 영화대국 스위스영화제'는 1960년대부터 2000년대에 걸쳐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받았던 스위스영화 스무 편을 6월 23일까지 소개한다. 이 스무 편 가운데 프랑스 누벨바그의 선봉장 '장 뤽 고다르'의 영화가 포함되어 있다면 어떨까. 고다르는 80년대 스위스에 거주하면서 비디오 매체를 통해 영화적 실험을 진행했고, 스위스 시민권자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제에선 고다르가 감독, 각본, 편집, 주연을 맡은 <오른쪽에 주의하라>와 단편 <프레디 부아슈에게 보내는 편지> 등 총 두 편의 고다르 영화가 상영된다. 코믹함과 시적 감수성이 충만한 <오른쪽에 주의하라>는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 제리 루이스를 향한 오마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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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부아슈에게 보내는 편지 ⓒ프레시안무비 |
스위스영화제를 통해 가장 주목할 이들은 60년대 '뉴 스위스 시네마'를 이끌며 세계 영화계에 가장 많이 알려진 알랭 태너와 다니엘 슈미트. 50년대 중후반을 영국에서 보낸 알랭 태너는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통해 사회와 정치를 이야기하던 이른 바 '프리 시네마'의 영향을 받아 '영화의 정치적 중요성'에 눈을 뜬다. 이후 알랭 태너는 스위스로 건너와 단편 <나이스 타임>(1959)을 시작으로 다큐멘터리 작업 속에서 프리 시네마와 스위스영화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들을 이어나간다. 그의 첫 장편 극영화 <샤를을 찾아라>(1969)는 68혁명의 기운 아래 부르주아적인 안락한 삶을 거부하고 뛰쳐나와, 보헤미안 커플과의 동행을 결심한 한 노인의 유쾌한 모험담을 그린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문예비평가인 존 버거와 공동으로 각본을 쓴 <2000년에 25살이 되는 요나>(1976)는 70년대 중반 제네바에 살고 있는 '운동권들의 이후의 삶'을 보여주는 희비극이다. 알랭 태너가 영국의 기운을 받았다면 다니엘 슈미트는 독일의 영향을 받았다. 베를린 필름텔레비전아카데미에서 수학한 다니엘 슈미트는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등과 교류하며 영화적 감성을 쌓아나갔다. 파스빈더의 영화 색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다니엘 슈미트의 데뷔작 <오늘 밤>(1972) 이후 만들어진 <라 팔로마>(1974)는 <라 트라비아타>의 현대적 버전. 일본의 유명 가부키 배우, 반도 다마사부로에게 오마주를 바치는 <쓰여진 얼굴>(1995)은 가부키 형식을 빌려 짜여진 매혹적인 다큐멘터리다.
스위스영화제는 장 뤽 고다르, 알랭 태너, 다니엘 슈미트 이외에도 다큐멘터리를 차용한 혁신적 영화 스타일을 통해 그 시대 스위스의 기존 가치에 반기를 든 미셸 슈터의 <이빨을 가진 달> 등, 다양한 감독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영화제 상영작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상영 일정은 필름포럼 홈페이지(www.filmforum.c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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