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시리즈의 강철 사나이 '울버린'이 한국을 찾았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울버린' 휴 잭맨은 영화 개봉을 하루 앞둔 6월 1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내한 기자 회견을 갖고 이 시리즈의 최종편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본격적인 기자 회견을 시작하기 전, "한국 월드컵 팀의 토고전 승리를 축하한다"는 말로 첫 인사를 건넨 휴 잭맨은 시종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즐겁고 유쾌하며 장난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미국에서 소수자의 인권운동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던 1963년, 태어날 때부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나 반사회적이고 심리적인 딜레마를 지닌 '돌연변이'들을 영웅으로 내세운 마블 코믹스 <엑스맨>의 인기는 2000년 만들어진 영화 <엑스맨>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다종다양한 돌연변이 캐릭터를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비주얼로 탄생시킨 <엑스맨> 시리즈. <엑스맨 2>에 이어 3년 만에 만들어진 이번 <엑스맨: 최후의 전쟁>으로 시리즈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런데 정말 속편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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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잭맨 ⓒ프레시안무비 |
휴 잭맨이 맡은 울버린은 온 몸이 강철로 된 불사신이자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다. 무엇보다 위기의 순간마다 손등에서 솟아나는 세 갈래의 칼날을 휘두르는 광포한 전사다. 포효하는 울버린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휴 잭맨의 가슴 속 용암이 느껴진다고들 한다. 젠틀맨의 외모 속에 야수의 마음을 숨기고 있는 울버린, 아니 휴 잭맨. 울버린으로 6년의 세월을 살아온 휴 잭맨을 만났다.
- 한국은 처음이다. 소감은? "아버지가 회계사로 일하셨는데 20여 년간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일을 하셨다. 그래서 한국 이야기를 내내 들으며 자랐는데, 드디어 한국에 오게 됐다. 어제는 토고와 한국의 월드컵 경기를 보느라 잠을 좀 설쳤다. 축구 경기도 대단했지만 거리 응원 열기가 더 대단하더라. 한국의 전 월드컵 감독인 히딩크 감독이 호주의 현 감독이지 않은가. 호주와 한국이 월드컵 결승에서 만날지도 모르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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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잭맨 ⓒ프레시안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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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부터 시작해 <엑스맨> 시리즈 모두에 출연했다. <엑스맨>은 당신에게 어떤 영화인가. "<엑스맨>은 내가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첫 영화라는 데서 우선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운이 좋아 흥행에도 성공한 덕에 배우로서의 커리어에 큰 발판이 됐다. <엑스맨> 시리즈의 내 캐릭터 울버린은 착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선과 악이라는 잣대로 구분 지을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다. 단선적인 역할이 아니라 다양한 질감의 내면을 가진 배역이라는 면에서 매우 매력이 있다. 울버린 뿐만이 아니라 <엑스맨> 시리즈의 또 다른 배역들도 모두 흥미 있는 캐릭터들이다. 이들과 함께 '가족'처럼 일한 경험들이 내겐 정말 소중한 순간이었다."
- 멜 깁슨, 니콜 키드먼과 같이 당신도 호주 출신 배우다. "처음 할리우드에 진출했을 때, 오디션 참 많이 봤다. 그리고 참 많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나중엔 오디션 장에 들어가자마자 '할리우드 배우 반값으로 일하겠다'고 먼저 선수를 쳤다. 물론 농담이었다.(웃음) 할리우드는 출신보다는 다양성과 연기력, 근면성을 먼저 본다. 나뿐만이 아니라 호주 출신 배우들은 적어도 3~4년은 연기 훈련을 쌓고 세상에 나왔다. 그래서 초보자의 느낌보다는 성숙한 연기자의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성실하게 연기하고 독특한 자신의 색깔이 있다면 할리우드에서도...큰 어려움은 없다."
- 이번 영화에서 울버린의 비중이 전작들에 비해 커진 듯하다. "맞다. 울버린은 전작들에 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뛰어든다. 전작들에서 돌연변이들의 싸움을 외부에서 지켜보는, '관망하는' 입장이었다면 이번엔 사건 안으로 직접 뛰어 들어가 적극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돌연변이 동료들과 융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런 거친 싸움만큼이나 사랑에도 눈을 뜬다. 액션이 강력해졌다면 로맨스도 두툼해졌다."
- 이번 영화에선 돌연변이 치료제 '큐어'가 개발되면서 돌연변이들이 지금의 삶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냐, 초능력을 버리고 평범한 인간이 될 것이냐의 고민에 빠진다. 만약 휴 잭맨 당신이 그런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 텐가. "내 나이가 지금 서른여덟이다. 운명을 받아들일 나이다. 그러니 그냥 그대로 살 것 같다.(웃음) 가령 '청각 장애인'이 있다고 치자. 우린 그걸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청각 장애인들은 그걸 '고쳐야 할 어떤 것'으로 사고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어떤 이에게 그건 '장애'이지만 어떤 이에겐 장애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뭐가 정상이고 또 무엇이 돌연변이인지 혹은 정상이 아닌 것인지, 그런 흑백 논리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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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잭맨 ⓒ프레시안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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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스맨> 시리즈의 수장인 셈이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이번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브렛 래트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나. "감독은 바뀌었지만 배우들은 1편부터 계속 호흡을 맞춘 사람들이다. 브렛 래트너 감독은 적극적으로 우리 '패밀리'에 융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낯선 느낌은 들지 않았다. 브렛 래트너 감독이 연출하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감성적인 요소, 감동적인 면이 더욱 살아난 것 같다. 래트너 감독이 장난기가 좀 많은 편인데 그래서인지 영화에도 장난기가 많이 섞여 있다. 마지막 편에 적합한 감독이었다고 생각한다."
- 브렛 래트너 감독의 단순한 장난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번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오는 '한 장면' 때문에 <엑스맨> 후속편이 또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엑스맨> 시리즈는 처음부터 3부작을 생각하고 기획된 영화다. 더 이상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울버린' 캐릭터를 발전시킨 또 다른 영화가 준비 중에 있다. <엑스맨>은 끝나지만 '울버린'과 내가 완전히 헤어지지 않는 건 그런 탓이다. 울버린과 6년을 보냈는데 떠나보내는 마음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래서인지 별달리 슬프거나 하진 않다. 혹 슬프면 토요일 저녁이나 할로윈에 내 옷장에 걸려있는 울버린 의상을 입고 놀거나 <엑스맨> 액션 피겨를 가지고 놀 생각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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