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는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부정적이고 왜곡된 스테레오타입을 영속화하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미국의 문화독재에 맞서 싸울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의 반미, 반부시주의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이번에는 反할리우드를 선언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차베스 대통령이 지난 2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시네마타운' 개관식에 참석해 할리우드 영화의 세계시장 독점과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악의적인 묘사관행을 신랄하게 비난했다고 5일 보도했다. '시네마타운'은 국영영화제작소로 한국의 종합촬영소와 비슷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가디언지는 차베스 정부가 '시네마 타운' 건립을 위해 약 1100만달러를 투입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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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차베스 대통령 ⓒ프레시안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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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식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할리우드 영화가 라틴아메리카인들을 그려내는 방식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미국 영화에 등장하는 라틴아메리카인은 으레 마약거래꾼이나 인신매매범 또는 조직범죄인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특정 영화 제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물론 모든 미국 영화들이 라틴아메리카인들을 범죄인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차베스 대통령의 주장대로, 할리우드가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의 형성과 전세계 확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콜롬비아 반군의 테러로 아내와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를 그린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콜래트럴 데미지>를 비롯해서 가상의 남미 국가에서 일어나는 인질사건을 소재로 한 러셀 크로, 멕 라이언 주연의 <프루프 오브 라이프>, 멕시코시티에서 인질에 희생된 어린 소녀를 위해 복수에 나서는 미국 경호원의 이야기인 덴젤 워싱턴 주연의 <맨 온 파이어> 등 라틴아메리카를 범죄소굴로 그린 할리우드 영화는 한두편이 아니다. 차베스 대통령은 연설에서 "할리우드의 문화독재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자국영화문화를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시네마타운이 " 베네수엘라 문화병기고의 새로운 무기가 될 것"이라고 큰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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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대통령은 쿠바의 카스트로 대통령,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함께 라틴아메리카 반미 삼각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 가디언지는 '시네마타운'은 차베스가 이끌고 있는 반미문화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지적하면서 지난 해 문을 연 라틴아메리카 지역 위성방송 텔레수르TV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텔레수르TV는 베네수엘라, 우르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방송사로 고유가로 막대한 오일달러를 벌어들인 베네수엘라가 전체 건립예산 중 가장많은 70%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NN 등 미국 중심의 뉴스생산구조로부터 벗어나 라틴아메리카인들의 시각과 목소리를 적극 전달하자는 것이 텔레수르TV의 목표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정부 일각에서는 텔레수르를 '텔레차베스'란 별명으로 부르며 폄하하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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