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이 돌아왔다. <이중간첩> 이후 스크린은 물론이고 브라운관에서조차 모습을 감췄던 그녀가 안병기의 네 번째 공포영화 <아파트>로 다시 스크린 앞에 선다. 영화 데뷔작 <구미호>로 호러퀸 자리를 꿰찼던 고소영은 의문의 연쇄 살인을 쫓는 영화 <아파트>로 다시 한번 호러의 여왕 자리를 노린다. 현대인의 무관심과 소외를 '아파트'라는 공간을 통해 그려보고 싶었다는 안병기 감독은 고소영의 도회적이고 차가운, 그리고 동시에 세련된 이미지가 마음에 쏙 들었다. 거기다 고소영의 눈은 '연민'의 인간적인 색깔을 함께 품고 있었다. 차갑게 도드라지지만 깊숙이 아픔을 누르고 있는 고소영의 눈빛은 그렇게 <아파트>의 또 다른 배경이 되었다. 긴 휴식을 깨고, <아파트>를 통해 다시 한번 연기자의 각오를 다지는 고소영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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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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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간첩> 이후 4년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를 줄 몰랐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쉬다보니 4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뭘 하고 지냈냐고? 글쎄, 남들 노는 것과 똑같이 놀았다. 여행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나고. 집에서 조용히 책도 읽고 음악도 들었다. 밖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힘들다보니 어쩌면 남들보다 더 평범하게 지낸 것 같기도 하다. 어쩌다보니 오래 쉬었지만 특별히 공백기를 갖으려고 한 건 아니다."
- 스크린 복귀작이 공포영화 <아파트>다. 영화 데뷔작 <구미호> 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공포영화를 택한 이유가 있나. "공포영화를 원래 굉장히 좋아한다. 특히 <디 아더스><식스센스>류의 스릴러가 가미된 공포영화가 좋다. 언젠가부터 장르영화를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여자 배우들은 주로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등 표현 영역이 한정되어 있는 느낌이다. 좀 더 다양한 역할,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또 장르영화의 연기라는 게 그리 쉽지 않다. <아파트>의 안병기 감독님이 워낙 공포 장르의 대가이지 않나. 안병기 감독이라면 믿고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래서 안병기 감독과 손잡고 일하니, 연기하기 수월하던가. "장르영화가 어렵다는 걸 머리론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좀 쉽고 가볍게 생각했던 거 같다. 그냥 놀라고 소리 지르면 되겠지, 이런 안일한 마음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연기를 해보니 공포영화만큼 어려운 연기도 없었다. 촬영 내내 긴장한 채 역할에 몰입해야 하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몸도 마음도 힘든 장르다."
-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서 더 힘들었겠다. 게다가 극의 대부분을 혼자 끌어가야 한다. "연기에 적응하게 하기 위해 안병기 감독님이 여러 가지로 배려를 많이 해줬다. 쉬운 촬영부터 시작해 조금씩 연기 강도를 높여갔다.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 운동을 하는 것처럼 그렇게 천천히 적응한 것 같다. 상대 역할이 없는 것이 사실 가장 힘들었다. 상대 없이 표정 연기를 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건지 새삼 깨닫게 됐다. 동작에 제약도 많고."
- 강풀의 원작 만화는 사실 여러 사람의 다중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영화로 옮겨오면서 당신이 맡은 '세진'이 극을 전부 끌어가게 됐다. 원작과 영화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맞다. 원작 만화와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가장 크게 변한 게 있다면 얘기한대로 주인공 '세진'이 극의 대부분을 끌어가는 부분이다. 배경도 달라졌다. 원작은 도시 변두리 아파트인데 반해 영화에선 도심의 화려한 아파트로 바뀌었다. 차갑고 폐쇄적인 도시의 느낌이 더욱 많이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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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프레시안무비 |
- '세진'은 어떤 역할인가. "일에 있어선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커리어우먼이다. 혼자 사는 여잔데 차가운 이미지다. 편집증적인 모습도 있고. 주인공 '세진'이 사는 집이 세진이란 캐릭터를 그대로 설명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매우 깔끔하고 편집증적인 세진의 집은 세진의 차갑고 폐쇄된 느낌을 그대로 전한다. 안병기 감독님이 현대인의 무관심과 소외를 통해 '현실 속의 공포'를 그리고 싶다고 했는데, 세진은 그런 영화의 주제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 <아파트> 개봉이 한 달여 남았다. 앞으로 더 자주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건가. "사실 내가 일을 아주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도 앞으론 꾸준히 작업할 생각이다. 차기작으론 스물아홉 네일 아티스트를 주인공으로 한 로맨틱드라마 <주문을 걸어>를 할 예정이다. 좀 더 다양한 역할,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것들도 해보고 싶다. 코미디 연기, 이런 거 말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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