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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모노폴리

감독,각본 이항배 | 출연 양동근, 김성수, 윤지민 제작 한맥영화 | 배급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91분 | 2006년 상영관 CGV, 메가박스, 대한극장, 서울극장 카이스트 출신 프로그래머 경호(양동근)는 대한민국 은행의 전산관리자다. 혼자 사는 집안 가득 액션 피규어를 모아놓고 그들과 조근조근 대화하며 사는 경호는 뛰어난 컴퓨터 실력을 갖고 있지만 내성적이고 외롭다. 액션 피규어 숍에서 우연히 마주친 존(김성수)은 그런 경호에게 야릇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호기심이 우정으로 점점 짙어질 무렵, 존의 애인 앨리(윤지민)은 경호에게 다가와 '존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존은 경호에게 은행 전산망을 이용해 1억 개가 넘는 신용카드에서 소액의 예금을 인출하는 사기극의 핵심 멤버가 되어 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나 경호의 도움으로 범죄가 성공하자 존은 무기명채권을 들고 홀로 미국으로 사라지고 경호와 앨리는 체포된다.
모노폴리 ⓒ프레시안무비
<모노폴리>는 체포된 경호와 앨리의 진술을 따라 사건을 구성해나간다. 경호는 '최면술'을 통해 존과 자신이 만나게 된 과정과 범죄 내용, 존의 정체를 진술하고 영화는 경호의 목소리를 따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하지만 <모노폴리>의 이야기 흐름은 최면 걸린 경호의 목소리만큼이나 나른하고 지루하며 그와 동시에 엉성하다. 영화의 핵심 사건인 '금융범죄'를 존이 제안했을 때, 경호는 그것이 올바르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내 친구 존'을 위해 이 어마어마한 사건을 감행한다. 한눈에 봐도 사악하기 그지없는 '내 친구 존'을 "그는 특별했다"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경호와 앨리의 맹목적 믿음은 관객에게 그 어떤 공감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결국 <모노폴리>는 지루한 사건 고리 안에서 범죄를 행하는 주인공들의 심리와 사건의 동기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굴러간다. <모노폴리>가 숨겨놓은 카드는 영화 끝부분에 드러난다. 영화는 후반,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모조리 뒤엎을 만한 거대한 반전을 숨기고 있다. 하지만 전반부의 엉성한 구성과 지루한 영화 흐름은 관객이 '눈부신 반전'에 즐거운 환호를 보낼 기회를 빼앗는다. 배우들의 연기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캐릭터에 밀착하기보단 약간의 거리를 둬 자신의 색을 입히던 양동근은 '경호'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나가 겉돌고, 비열한 인간 '존'을 연기한 김성수는 자신의 기존 이미지에서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팜므파탈로 분한 윤지민은 각선미를 뽐내며 캐릭터에 다가갔지만 '몸짱' 그 이상의 연기적 에너지를 전혀 만들어내지 못한다. <모노폴리>는 최면, 컴퓨터 금융범죄, 상류사회의 이중성 등 기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재들을 발굴하고도 지루한 드라마 구성과 개성 없는 캐릭터로 영화의 매력을 지워버렸다. '반전'이 재미있고 탄탄하려면 반전에 앞선 이야기가 무엇보다 탄탄하고 치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영화의 기본 '상식'을 다시 떠올리는 건 이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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