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교 3년, 대학 4년의 현행 6-3-3-4제 학제를 개편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된다.
교육부는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학제를 마련하기 위한 학제개편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오는 6월 발족하는 학제개편위원회는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 교원단체 등의 참여로 구성된다.
1951년부터 유지돼 온 현행 학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학계에서 종종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정부가 학제 개편논의를 위한 공식 기구를 두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등학교 수학기간은 줄이고, 고등학교는 늘려야
지금까지 학제 개편을 둘러싼 논의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하나는 현행 6-3-3-4 학제를 요즘 아이들의 성장 속도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교육개발원은 현행 학제에 대한 대안으로 5-3-4-4제 학제를 제시했다. 교육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대안도 이것이다.
5-3-4-4제 학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현재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업계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고등학교 수학 기간을 4년으로 늘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인문계와 실업계를 통합한 뒤, 초기 2년은 국민공통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2년은 대학 진학반과 취업반으로 나눠 교육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진학반과 취업반의 규모를 조절할 수 있다.
실업계 고교에 다니면서도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이 그 배경이다. 취업 교육과 진학 교육이 모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 4년제 주장은 취업을 원하는 학생만 선별하여 2년간 집중적인 취업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5-3-4-4제 학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청소년 발육 상태의 변화를 또 다른 이유로 꼽는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과거에 비해 초등학교 1학년과 6학년 사이의 발달 수준의 차이가 훨씬 커졌다. 반면 중학교 3학년과 고교 3학년의 차이는 과거보다 줄었다.
그런데 현행 학제에 따르면 다른 발달 단계에 있는 아이들을 한 학교에서 가르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되도록 한 학교에 같은 발달단계에 있는 아이들이 모여 교육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초등학교 수학 기간을 줄이고 고교 수학 기간은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처럼 9월에 학기를 시작하자
학제 개편을 둘러싼 또 다른 주장으로 학기가 시작하는 시점을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의 경우처럼 9월로 변경하자는 게 있다.
해외 유학을 떠나는 학생이 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대학을 졸업한 뒤에 해외 유학을 떠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중고등학생이 해외 유학을 떠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또 해외에 거주하던 학생이 한국의 학교에 편입하는 경우도 늘었다. 그런데 주요 선진국과 학기가 시작하는 시점이 달라서, 반 년 가량의 학업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다음달 발족하는 학제개편위는 교육계의 의견을 모아 2009년까지 학제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시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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