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 액션, 520도 발차기를 아무리 날려도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리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도 서울 주말 박스오피스 9만 6천여 명을 끌어 모으며 <다빈치 코드><미션 임파서블 3>에 이어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한 <짝패>의 흥행 성적엔 박수를 보낼만 하다. 이걸 두고 한국영화를 무조건적으로 아끼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건 잘못이다. 스타배우 없이, 별다른 특수효과 없이, 저예산으로도 훌륭한 액션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짝패>의 야심에 관객들도 손을 들어줬다는 데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짝패>의 이 같은 흥행은 한국영화가 좀 더 다양한 방향, 다양한 시각을 갖고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개봉 주에 비해 줄어들긴 했지만 전국 420개라는 어마어마한 스크린을 확보한 <다빈치 코드>는 서울 주말 21만여 명을 불러들이며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칸국제영화제에서 평단의 외면을 받았고 전세계 기독교계의 반발을 감수해야했지만 <다빈치 코드>는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다빈치 코드>의 제작, 배급사인 소니픽처스는 지난 5월 23일 <다빈치 코드>의 속편 제작을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댄 브라운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 <천사와 악마>가 바로 그것. 이번엔 좀 소설답게 썼을지 궁금하다. 그러나 소설이 막 나왔을 때는 <다빈치 코드>만큼 화제를 모으지는 못했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 신통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소니픽처스는 <다빈치 코드>의 랭던 교수가 다시 등장하는 <천사와 악마>의 판권을 <다빈치 코드>의 판권을 사들이며 함께 구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빈치 코드>를 각색한 시나리오 작가 아키바 골드먼은 속편 제작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론 하워드 감독과 톰 행크스가 이 프로젝트에 다시 합류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마도 평단의 시큰둥한 반응 때문에 주춤거리고 있는 모양이다.
<미션 임파서블 3>는 서울 주말 12만 명을 기록,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여기까지는 그리 예상하지 못했던 순위들이 아니다. 그보다 사실 더욱 더 눈여겨 볼 건 박스오피스 6위를 차지한 <빨간 모자의 진실>이다. 전국 24개 스크린을 통해 조용히 '진실'을 속삭이고 있는 <빨간 모자의 진실>의 장기 흥행은 실로 놀라운 수준이다. 개봉 8주차를 맞은 <빨간 모자의 진실>은 서울 주말 1만 명을 추가하며 전국 100만 명을 사뿐히 건너뛰었다. 전통적으로 애니메이션은 박스오피스에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장르다. <빨간 모자의 진실>의 장기 흥행이 더욱 빛나는 건 그런 이유 탓이다. 한때 국내 극장가에는 자막 애니메이션이 더 강세였다. 그러나 강혜정, 김수미, 노홍철 등 스타 연예인들이 더빙을 맡은 <빨간 모자..>를 계기로 더빙판을 즐기게 된 것도 이 애니메이션이 흥행 이외에 가지고 온 또 다른 변화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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