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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가능성 알면 미군에 내줄 수 없는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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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가능성 알면 미군에 내줄 수 없는 땅"

최종현 교수 "서해안시대에 어울리는 지리적 요충"

도시계획 분야의 원로 학자인 최종현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을 추진하는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평택은 풍부한 가능성 지닌 지리적 요충지

26일 경기도 수원 지방혁신인력개발원에서 행정자치부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최 교수는 "미군기지가 들어설 경기도 평택 일대는 한반도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 중 최고의 지리적 요충지"라며 "정부가 국토를 읽어내는 안목이 있었다면 평택에 미군기지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아산만에 가깝고 안성천을 비롯한 다양한 하천들이 지나는 평택의 입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택 지역의 개발 모델로 서해안 시대에 대비한 산업클러스터와 다양한 하천이 지나는 입지를 활용한 운하도시 등을 제시했다. 산업클러스터는 비슷한 업종의 연구소와 기업들이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며 상생관계를 도모할 목적으로 일정한 지역에 모이는 것을 가리킨다. 수도권과 충청권의 경계에 있으면서 육로과 수로, 해운을 모두 아우르는 교통의 요지인 평택은 산업클러스터로 개발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안성천과 그 지류인 진위천, 오산천, 도대천 등이 지나는 평택의 입지조건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같은 운하도시로 개발하기에도 적합하다는 것이다.

행정도시, 30년 전과 같은 결정은 안이해"공무원 앞이라 작심하고 나왔다"

이어 최 교수는 정부의 행정복합도시 건설 사업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다. 정부가 대규모의 도시를 인위적으로 건설해 성공한 사례는 20세기 이후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정부가 행정복합도시 건설 예정지로 충남 연기, 공주 일대를 선정한 데 대해서도 지나치게 안이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30년 간 한반도에서 일어난 변화는 과거 500년 간의 변화와 같다"며 "30년 전에 박정희 정권이 수도이전 후보지로 꼽았던 권역이 (큰 변화를 겪은) 지금도 행정의 중심지로 적합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무리하게 행정복합도시를 건설하기보다 지리적 조건에 어울리는 작고 활기찬 도시를 세우는 게 바람직한 국토정책의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도시입지 변천사'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연의 내용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존재했던 주요 도시들의 입지조건에 대한 역사적 해설을 주내용으로 한 것이었다.

미군기지가 들어설 평택과 행정복합도시 건설 예정지인 충남 연기, 공주 지역에 대한 최 교수의 지적은 강연이 끝날 무렵 제기됐다. 이때 최 교수는 "공무원들 앞이라서 작심하고 꺼내는 이야기"라는 말로 운을 뗀 뒤 정부의 국토정책에 대한 안목 부족에 대해 격한 어조로 비판했다.

최 교수는 2004년부터 올해 4월까지 한국도시설계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한국취락의 발달사를 전공한 도시계획 분야의 원로 학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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