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프랑수아 오종
출연 발레리아 브뤼니 테데쉬, 스테판 프레이즈
수입,배급 스폰지 |
등급 18세 관람가 |
시간 90분 2004년 |
상영관 하이퍼텍 나다, 시네마테크 부산 <시트콤><크리미널 러버><8명의 여인들> 등의 작품으로 국내외에 상당한 마니아 팬을 갖고 있는 프랑스 감독 프랑수아 오종은 '한때' 악동으로 불렸었다. "오종이 변했다"는 표현은 이제 그에게서 지워도 좋은 때가된 것 같다. 전작 <타임 투 리브>에서 갑자기 닥친 죽음을 하나씩 준비해가는 동성애자 사진작가의 마지막을 담담하게 그려나갔던 오종이 이번에는 파경을 맞은 부부의 삶을 역순으로 되짚는 <5x2>를 내놓았다. 사실 <5x2>는 언뜻 매우 평범해보이는 작품이다. 한때 열렬히 사랑했으나 이제는 둘 사이에 책임져야 할 아이만이 남아있을 뿐인 부부는 전혀 새로운 소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파경의 부부이야기라면 차라리 TV 드라마 <연애시대>가 신선하다. 역순으로 시간을 되짚어나가는 서술 역시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와 가스파르 노에의 <돌이킬 수 없는>에서 우리가 이미 두차례나 경험했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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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x2 ⓒ프레시안무비 |
그럼에도 불구하고 <5x2>에서 특별한 점은 부부란 이름으로 엮인 한 남자와 여자의 아주 사소하고 미묘한 심리와 태도를 묘사하는 방식이다. 비참하게 끝난 마지막 정사 후 굳은 얼굴로 호텔 방문을 막 닫고 나가려는 전처의 등 뒤로 전남편이 툭 내던지듯 "다시 시작하지 않을래?"라고 말해버리는 그 어긋난 타이밍, 겉으로는 매우 단란해 보였던 저녁파티가 끝난후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던 부부의 어색한 침묵, 아내가 병원에서 아기를 낳고 있는데도 혼자 레스토랑에 앉아 밥을 먹는(그것도 스테이크를!) 남편의 알 듯 모를 듯한 행동, 결혼식 첫날밤 술에 곯아 떨어진 남편을 호텔방에 뉘여놓고 숲속에서 '엄청난 사건'을 벌이고 들어온 신부의 두려움과 안도감 등등. 영화는 마리옹(발레리아 브뤼니 테데쉬)과 질(스테판 프레이즈) 부부의 이혼부터 시작해 저녁파티, 출산, 결혼, 첫만남 등 다섯개 단락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에 오종감독은 여러가지 색깔의 감정들을 뒤섞어 놓는다. 예를 들어 '이혼'의 경우 이제 막 갈라선 부부가 상대방에게 악다구니하는 모습보다는, 이혼도장을 찍은 후 엉뚱하게도 러브호텔을 찾는 두사람의 복잡미묘한 감정에 더 무게를 둔다. '결혼' 에피소드에서도, 신혼부부의 결혼 첫날밤에 앞으로의 파경을 예고하는 뜻하지 않는 사건이 섞여 들어간다. 인생이란 기쁨이나 슬픔 하나로만 채워지는 것이 아니며, 이처럼 슬픈 순간에도 기쁨이 준비돼있을 수 있고 행복한 순간에도 불행이 싹트고 있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 아니겠는가. 과거의 오종이 재기넘치고 기발하며 심지어 엽기적인 블랙유머 감각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며, 이제 사십대(67년생)에 접어든 오종은 확실히 사려 깊어진 동시에 감정묘사가 점점더 예리해지고 있는 듯하다. 남편이 갑자기 실종된 후 홀로 남은 아내가 당혹감과 걱정을 거쳐 불안과 상실감, 그리고 결국에는 허탈과 배신감으로 치닫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린 2000년작 <사랑의 추억>은 그런 면에서 <5x2>와 가장 닮은 동시에 '오종 영화의 2期'를 예고하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5x2>의 마리옹 역을 맡은 발레리아 브뤼니 테데쉬는 <타임 투 리브>에서 남자주인공에게 '씨내림'을 부탁하는 웨이트리스로 출연한 배우다. 첫 에피소드에서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던 중년 여성이 뒤로 넘어갈수록 섹시함과 사랑스러움, 청순함을 간직한 미혼여성으로 회춘해 가는 경이로운 과정을 눈여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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