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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세일즈 우먼 Le Secret

감독 비르지니 와공 출연 안 코에상, 미셸 봄포일, 토니 토드 수입,배급 시네콰논 | 등급 18세 관람가 시간 107분 | 2000년 | 상영관 CQN명동 백과사전 외판원 마리(안 코에상)에게 낯선 이의 집 대문을 두드리는 건 전혀 낯선 일이 아니다. '빌'이라 불리는 흑인 남자의 대문을 넘어서기 전까지 말이다. 무용수인 빌(토니 토드)은 뉴욕에서 잠시 프랑스로 건너와 지내고 있다. 여느 때처럼 백과사전 판매 차 찾은 집이지만 마리는 빌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고,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그의 집 대문을 계속 넘는다.
세일즈 우먼 Le Secret ⓒ프레시안무비
첫눈에 사랑에 빠져 결혼한 남편 프랑소와(미셸 봄포일)와 12년의 결혼생활을 함께한 마리는 사랑스런 두 살배기 아들의 어리광에 행복하고, 회사에서도 일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는 등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주말이 되면 가정적인 남편과 피크닉과 테니스를 즐기기도 한다. 그런 그녀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한' 가정을 넘어 빌리에게 자꾸 마음이 쏠린다. 일상적인 생활을 하던 한 여성이 낯선 남자에게 끌리고 그와 마음은 물론 몸을 섞는 것. <세일즈 우먼>의 기본 이야기 구조는 얼핏 흔한 '불륜'의 이야기와 같아 보인다. 무용가로서 육체의 '감각'에 그 누구보다 예민한 촉각을 지닌 빌은 섹스를 통해 마리에게 삶의 새로운 자극을 전한다. 하지만 <세일즈 우먼>이 주목하는 것은 마리와 빌의 관계에 멈춰 있지 않다. <세일즈 우먼>은 빌과의 관계를 통해 '변화하는' 마리의 심리에 관심을 기울인다. 빌의 집을 다시 찾기 위해 궁색한 변명거리를 찾던 영화 초반의 마리는 빌과의 섹스를 탐닉하는 후반으로 가면서 자취를 감춘다. 마리는 섹스로 인해 생긴 흉터를 버젓이 내놓고 집으로 돌아가고, 남편이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빌의 집 초인종을 대담히 누른다. 남편에게 빌과의 관계가 드러난 순간에도 그녀가 관심을 보이는 건 '용서' 따위가 아니다. 그녀는 지금 남편인 프랑소와가 '달라진' 자신을 인정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온통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런 마리에게 배신감과 분노에 치를 떨던 프랑소와도 어느 순간, 변화한 마리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변화한 마리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다.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된 <세일즈 우먼>은 한 여자가 자신과 전혀 다른 남자에게 끌리는 '사건'보다는 '천천히 변화하는 심리'에 포커스를 맞춤으로써 전형적인 불륜 드라마를 빗겨나가고 있다. '다른' 세상에 대한 관심과 탐닉을 잔잔한 이야기에 담고 있는 <세일즈 우먼>은 2000년 칸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상영되었으며, 제2회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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