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감보><킬리만자로의 눈><맨발의 백작부인> 등 수많은 영화를 통해 관능적인 매력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던 에바 가드너(1922~90). 세차례에 걸친 유명 연예인들(미키 루니, 아티 쇼, 프랭크 시나트라)과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수많은 연애사건으로도 유명한 그녀의 애정사를 상세하게 파헤친 새로운 전기가 최근 미국에서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목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은 아무 것도 아니다(Love is Nothing)'. 가드너가 생전에 "사랑은 고통일 뿐(Love is nothing but pain)"이라고 했던 말에서 따왔다. 배우 로버트 미첨과 감독 새뮤얼 풀러의 전기로 호평받은 러 서버가 광범위한 자료조사와 인터뷰를 거쳐 완성해낸 역작이다. <페이퍼문><라스트 픽쳐쇼> 등으로 유명한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은 최근 뉴욕타임스 북리뷰에 기고한 서평에서 "에바는 놀랍도록 아름답고, 놀랍도록 수줍음을 많이 타는가 하면, 놀랍도록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던 여배우였다"고 회고하면서, "아무리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려해도 억누를 수 없는 에바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행간에 읽히는 전기"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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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버에 따르면, 에바 가드너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건 듯 열정적인 동시에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불행으로 끝난 세차례의 결혼생활뿐만 아니란 숱한 연애사건을 통해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배우 조지 C 스콧과 관계를 맺고 있었을 당시 두차례 크게 구타당했던 사건은 당시 할리우드에서 큰 화젯거리였다. 세번째 남편 시나트라와의 요란했던 사랑도 결국에는 이혼의 상처만 남기고 끝났다. 그런가 하면 전설적인 영화제작자 하워드 휴즈의 끈질긴 구애를 단호하게 물리쳤던 것도 유명한 일화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쿠바 혁명투사였던 피델 카스트로와 가드너 간의 뜨거운 만남. <킬리만자로의 눈> 출연을 계기로 가까워진 헤밍웨이의 아바나 별장을 자주 찾았던 가드너는 쿠바 혁명 직후인 1956년 여름 피델 카스트로와 만날 기회를 가졌다. 가드너는 카리스마 넘치는 카스트로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고 있던 차였고, 카스트로 역시 섹시한 할리우드 톱스타에 반했다는 것. 카스트로는 아바나 힐튼호텔에 있는 혁명사령본부를 가드너에게 구경시키기까지 했다. 가드너는 그에게 "미국 사람들이 정말 그렇게도 미우냐"고 물었고, 카스트로는 "아니다, 닉슨만 밉다"라고 대답했다는 것. 저자 서버는 "두사람 사이에 다른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다소 모호하게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가드너가 카스트로를 노골적으로 좇아다니는 것을 못마땅하게 본 쿠바 여성 통역사가 그녀에게 '어떤' 항의를 했고, 이에 격분한 가드너가 공개장소에서 그 통역사의 빰을 때리는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했다는 것. 서버는 "결국 가드너와 카스트로의 만남은 끝이 났고, 결국 가드너는 카스트로의 보좌관 중 한사람의 품에서 위로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보좌관이 과연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카스트로의 보좌관들 가운데에는 베레모를 쓴 사진으로 유명한 체 게바라도 있었다. 한편 가드너가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아파트 아래위층에서 후앙 페론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살았을 당시, 페론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등 불 같은 성격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저자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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