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공직 임용을 늘리고자 도입한 '양성평등 임용목표제'가 지난해에는 오히려 남성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여성이 더 높은 합격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행정자치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7급, 9급 공무원 임용시험을 통해 새로 선발한 공무원은 총 1만2301명이다. 그런데 이 중 50.5%가 여성이다. 이렇게 여성 합격자가 과반수를 넘어서면서 양성평등 임용목표제가 남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양성평등 임용목표제로 추가 합격한 인원 124명 중 55%인 68명이 남성이었다.
양성평등 임용목표제는 5명 이상을 뽑는 공채시험에서 여성과 남성 중 합격자가 적은 쪽이 최소 30%는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선발인원의 30%에 해당하는 수와 합격률이 낮은 성별 합격자의 수를 뺀 만큼의 응시자를 추가로 합격시킨다. 이 제도는 지난 1996년 정부가 여성을 공직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제도 도입 후 1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남성이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됐다.
하지만 5급 이상 관리직 공무원으로 넘어가면 여전히 여성이 소수다. 5급 이상의 지방직 공무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5.9%(국가직은 8.4%)에 불과하다. 심지어 부산 서구, 울산 동구 등 42개 기초자치단체에는 5급 이상의 여성 공무원이 전혀 없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공무원 임용 단계에서의 양성평등은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된 셈이다. 그러나 관리직 승진에서의 양성평등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올해 안에 여성 관리직 공무원을 육성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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