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펜엑 라타나루앙
출연 아사노 다다노부, 강혜정, 에릭 챙
제작 포티시모 필름 |
수입,배급 CJ엔터테인먼트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115분 | 2005년
상영관 CGV 강변, 상암, 서면, 인천, 씨네코아 한 낡은 아파트에서 두 남녀가 뒤엉켜있다. 남자는 마카오의 식당에서 부주방장으로 일하는 교지(아사노 다다노부), 여자는 그가 일하는 식당의 주방장이자 조직의 보스인 위왓의 부인 세이코다. 두 사람 옆에서는 냄비 속 수프가 보글보글 끊고 있다. 한차례 일을 치른 후 밥을 먹고 있는 교지와 세이코를 보여주던 카메라는 갑자기 건너뛰어 팬티만 걸친 세이코가 바닥 카펫에 널부러져있는 모습, 남자가 여자를 질질 끌고 가는 장면, 남자의 손에 들려있는 칼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나서 바로 남자의 집 앞에 있는 쓰레기통을 청소부들이 치우는 장면이 이어진다. 간밤에 집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여자의 운명이 어떻게 됐는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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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물결 Invisible Waves ⓒ프레시안무비 |
여기까지만 보면, 스릴과 엽기가 뒤엉킨 감각적인 영화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태국영화를 이끄는 3인방(펜엑 라타나루앙, 위시트 사사나티앙,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중 한명인 라타나루앙 감독이 연출하고, 크리스토퍼 도일이 카메라를 잡은만큼 감각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딱 이 지점까지다. 보스의 '어떤' 명령에 따라 마카오를 떠난 교지가 태국 푸켓으로 도피여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낡은 선박과 연인숙에서 겪는 이상한 일들과 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영화는 불친절하게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툭툭 나열하고 있다. 교지는 과연 여자를 어떻게 했는가, 보스는 교지에게 어떤 명령을 내렸으며, 보스의 부인을 죽이고도 교지는 과연 끝까지 무사할 수 있을 것인가 , 교지가 푸켓행 배위에서 만난 갓난아기 엄마 노이(강혜정)는 과연 누구이며, 노이의 호텔 객실에 놓여있던 사진 속의 남자는 과연 누구인가. <보이지않는 물결>은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에 이어 국내에 두번째로 개봉되는 라타나루앙의 영화다. 노이와 니드란 이름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점, 무엇보다도 깜깜한 우주에서 홀로 부유하는 듯한 고독한 사람들의 이야기란 점에서 두 작품은 상당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교지는 자신을 죽이려했던 남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 과연 누가 살아야할까요. 행복한 아빠와 집도없는 떠돌이 귀신 중에서." 라타라우앙의 영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쓸쓸하고, 공허하고, 우울한 떠돌이 귀신들이다. <보이지않는 물결>은 마치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슬금슬금 다가와 발밑을 적시는 밀물같은 영화다. 불친절함으로서 때론 지루하고, 때론 어리둥절한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에는 관객을 묵지근한 슬픔 속에 잠기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노이의 아기에게서 희미한 '행복'을 느끼는 교지를 통해 한줄기 희망을 남기고 싶어하는 감독의 마음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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