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칼레드 알 하가르
출연 사이드 타그마위, 줄리엣 루이스, 루퍼트 그레이브스, 안나 메이시
수입,배급 백두대간 |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95분 2000년 |
상영관 시네큐브 이방인으로 사는 것은 고달프다.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며 주방보조, 웨이터, 영화 더빙, 사진 모델, 발리댄스 강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이집트인 알리(사이드 타그마위)는 지금 런던에서 유학중이다. 각종 아르바이트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지만 시나리오 쓰는 걸 게을리 하지 않는 '아름다운 청년' 알리. 하지만 그의 시나리오를 알아주는 사람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비자 만료일은 훌쩍 다가와 있다. 이때 친구 아메드가 그에게 '방법' 하나를 알려준다. '위장 결혼'을 하면 영국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에게 또 다른 꿈이 생겼다. 하지만 위장 결혼 비용은 '근면 성실한' 알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액수다.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집트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에 놓인 알리 앞에 사진 작가 마크, 마릴린 먼로를 쏙 빼닮은 쇼걸 린다(줄리엣 루이스), 신비한 맹인 노인 사라가 등장하고, 영화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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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투 렌트 Room to Rent ⓒ프레시안무비 |
위장 결혼을 위한 알리의 악전고투는 처절한 동시에 즐겁다. 실제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칼레드 알 하가르 감독의 경험이 두둑이 묻어 있는 <룸 투 렌트>는 불법 체류자의 힘겨운 현실을 흥겨운 가락에 얹어 들려준다. 하지만 알리의 삶을 그저 우스꽝스러운 '해프닝'만으로 바라보는 건 아니다. 영화는 열정 넘치는 알리의 삶을 흥겹게 그리는 동시에 이민자를 향한 영국 사회의 냉담한 시선을 함께 쥐고 있다. 영화 속에서 알리는 결국 시민권을 획득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시민권을 얻게 되는 과정은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룸 투 렌트>는 이방인 알리가 영국 사회에 편입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현실성이 전혀 없는 '판타지'를 택했다. 영국 사회 속에서 땀 흘려 열심히 일해도 얻어지지 않던 시민권은 그렇게 '황당한 사건'으로 알리의 손에 쥐어진다. 이 과정은 황당한 만큼 비극적이다. 관객은 이미 현실 속에서 저러한 '판타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고, 이방인이 내부에 편입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그만큼 불투명하다는 걸 가슴 깊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룸 투 렌트>는 여러 면에서 '이방인'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힘이 넘치고 열정적이며 생기발랄한 알리를 만들어낸 이 영화의 제작진들은 전 세계에서 꾸려졌다. 이집트 출신 감독, 프랑스 출신 촬영감독, 노르웨이 출신 의상 디자이너가 모로코 태생이지만 파리에 살고 있는 배우 사이드 타그마위, 할리우드 배우 줄리엣 루이스와 손을 잡고 영국에서 영화를 찍었다. 그 덕에 <룸 투 렌트>는 서로 다른 문화들이 충돌하고 섞이면서 뿜어내는 흥겨운 에너지로 가득하다. 배우들의 에너지도 대단하다. 마티유 카소비츠의 <증오>로 얼굴을 알린 사이드 타그마위는 생기 넘치는 연기로 영화의 대부분을 힘있게 끌어가고, 줄리엣 루이스는 마릴린 먼로를 닮고 싶어 하는 쇼걸을 엉뚱한 동시에 천연덕스럽고 낙천적으로 잘 소화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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