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1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신촌 아트레온 4관에서 '2006 유럽영화제'가 열린다. 아트레온과 유럽연합이 공동 주최하는 '2006 유럽영화제'는 유럽 13개국의 13편 영화를 마련해놓았다. 개막작은 오스트리아 영화 <이카루스>. 무료하고 보수적인 시골생활에 질린 '레나'는 화려한 삶을 꿈꾸며 도시로 떠난다. 하지만 흥겹고 화려할 줄 알았던 도시생활에서 좌절과 실망만 느낀 레나. 그녀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고 거기서 예전엔 알지 못했던 가족과 시골생활의 의미를 깨닫는다. 베르하르드 웨이라데르 감독에게 '이카루스'는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을 시도한 사람"이다. <이카루스>는 레나의 꿈과 좌절, 새로운 깨달음을 통해 진정한 가정과 행복 모두 우리의 마음에 있다는 걸 새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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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프레시안무비 |
2000년 국내 개봉해 씨네필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포르노그래픽 어페어>를 연출한 프레데릭 폰테인 감독의 <질의 아내>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프랑스 시골 공장지대에 사는 엘리자는 지금 셋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엘리자는 요즘 한창 남편 질과 자신의 여동생 빅토린느 사이를 의심하고 있다. 불러오는 배만큼이나 부쩍 부쩍 의심을 키워가던 엘리자는 어느 날, 둘이 정말 내연의 관계라는 확신을 갖게 되고, '질의 아내'라는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대사를 극도로 제한하고 인물의 몸동작과 표정만으로 감정의 극점을 표현하는 <질의 아내>에서 '아내 엘리자' 역의 엠마뉴엘 드보스의 연기는 과히 압도적이다. 그녀는 올해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신경쇠약 직전의 신부>에서도 '신경증적인 여인'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양철북>(1979)의 감독, 폴커 슐렌도르프의 2004년 작품 <9번째 날>은 독일 나치에 저항한 한 신부의 모습을 좇는다. 크레머 신부는 나치 인종차별법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다하우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다. 어느 날, 나치점령군은 그에게 룩셈부르크의 주교가 자신들에게 협조할 수 있도록 설득하라는 임무를 '명령'한다. 9일간의 룩셈부르크 행 여행에 오른 크레머 신부는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과 자신의 양심을 오가며 고뇌에 빠져든다. <9번째 날>은 루이 말, 알랭 레네, 장 피에르 멜빌 등 수많은 감독의 조감독을 거쳐 스스로 거장이 된 폴커 슐렌도르프의 최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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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스페인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떼시스>, 이탈리아 실비오 솔디니 감독의 <아가타와 폭풍>, 프랑스 줄리 베르투첼리 감독의 2001년 칸영화제 극본상 수상작 <오타르가 떠난 후> 등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또한 핀란드, 벨기에, 불가리아, 헝가리, 폴란드 등 그동안 국내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던 유럽 국가의 영화들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2006 유럽영화제'는 밤새 영화를 즐기고 싶은 관객을 위해 5월 12일(금)과 13일(토), 두 차례에 걸쳐 영화 세편을 묶어 상영하는 심야상영을 진행한다. 상영작에 대한 자세한 사항이나 예매에 관한 문의는 영화제 홈페이지(www.artreon.co.kr/eufilm)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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