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크로울리
출연 콜린 파렐, 킬리언 머피, 케리 콘돈, 켈리 맥도널드
수입,배급 드림웍스픽쳐스, 다우리엔터테인먼트
등급 15세 |
시간 105분 | 2003년 영화가 시작되면 불량스러워보이는 한 청년 리프(콜린 패럴)가 가게 카운터에서 여자종업원과 농담을 나누고 있다. 첫만남임에 분명한 두 남녀는 다른 손님들의 눈총에는 아랑곳않고 노골적으로 진한 시선을 나누면서 서로의 마음을 떠본다. 그때 남자가 여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지금 당신을 꼬시려 하는 것 같냐 아니면 강도짓이라도 하려는 것 같냐."여자가 몸을 꼬고 웃으면서 교태를 부리려는 순간, 남자의 주먹이 가차없이 여자의 얼굴로 향한다. 삶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다. <인터미션>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이 에피소드처럼 한순간에 평생의 배팔을 만날 수도 있고, 날벼락을 당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나의 삶은 알지못하는 사이에 타인의 삶에 영향을 받으며, 나의 행동은 한번도 만난 적없는 타인의 삶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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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 Intermission ⓒ프레시안무비 |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 <인터미션>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례하고 , 무엇인가에 화가 나있으며, 외롭다. 한마디로 '망할 놈의 인생들'인 것이다. 마트에서 일하는 존은 오랜 연인 디어드라와 헤어진 후 사생활에서나 직장에서나 좌충우돌이다. 디어드라는 존과 헤어지자마자 중년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동거에 들어가고, 그 남자의 부인은 클럽에서 만난 한 순진한 젊은 남자와 관계를 맺지만 지나치게 적극적인(때론 폭력적인) 행동 때문에 '변태'로 오인받으며 또다시 버림받게 된다. 디어드라의 여동생은 약혼자에게 호되게 배신당한 과거의 경험 때문에 매사가 비뚤어져있고, 그녀가 탔던 버스의 운전사는 전복사고 일으켰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해고당하고 만다. 마땅한 직업도, 미래도 없는 존과 동네깡패 리프, 그리고 전직 버스운전사는 한탕잡기 위해 사건을 저지르고, 여기에 수사를 맡은 다혈질 형사와 그를 취재하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의 야심만만한 프로듀서가 휘말려들어가게 된다. 오랜만에 만나는 아일랜드산 영화인 <인터미션>은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일상이 정신없이 나열되다가 그 마지막에 서로 하나로 뒤얽히며 파국으로 치닫는 네러티브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이 리치의 <록 스톡 앤 배럴>이나 폴 해기스의 <크래쉬>와 유사하다. 여기에 대니 보일의 <트레인스포팅> 식의 분노가 가미돼있다. 감독은 별다른 꿈도 희망도 미래도 없는 인생들의 한 토막을 보여주면서도 <크래쉬>처럼 감상적이고 들척지근한 해피엔딩을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 <인터미션>이란 막간, 중간휴지기란 의미. 내달리기만 해온 우리의 인생이 지금 어느 지점에 이르렀는지를 잠시 쉬어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이 영화를 통해 새삼 실감할 수있다. 감독 크롤리는 아일랜드의 실력파 연극연출가 출신으로 <인터미션>이 영화데뷔작. 에딘버러 페스티벌 등 몇몇 국제영화제에 선보여 호평받았다. 아일랜드의 거장 감독 닐 조던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할리우드의 악동으로 낙인찍힌 콜린 패럴의 불량기 철철넘치는 모습이 도저히 연기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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