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각본 미셸 오슬로, 베네딕트 갈롭
목소리 출연 피에르-느도페 사르, 아와 세네 사르
수입,배급 동숭아트센터 |
등급 전체관람가
시간 74분 | 2005년 태어나기 전부터 말을 하더니 엄마 뱃속을 박차고 나와 "내 이름은 키리쿠"라고 선언한 당돌한 꼬마를 기억하는가? 어른 손 한 뼘에도 못 미치는 자그마한 체구 속에 어른보다 몇 뼘쯤 높은 지혜를 채우고 있던 <키리쿠와 마녀>(1998)의 키리쿠가 새로운 모험을 가지고 돌아왔다. 키리쿠의 첫 번째 모험은 마을 텃밭이 야수의 습격으로 엉망이 된 사건에서 시작된다. 망연자실 손을 놓고 좌절해 있는 마을 사람들을 대신해 키리쿠는 자신의 지혜를 총동원, 야수들을 물리친다. 두 번째는 곡식이 모두 여물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마을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땀 흘리는 키리쿠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그가 생각해낸 방법은 질그릇을 빚어 읍내에 내다 팔고 먹을 것을 구하는 것. 마녀 카라바가 그들의 계획에 훼방을 놓지만 결국 이들은 충분한 양식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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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쿠, 키리쿠 Kirikou Et Les Betes Sauvages ⓒ프레시안무비 |
가장 흥미진진한 모험은 세 번째 이야기다. 마을의 어머니들이 어느 날, 독초가 든 음료를 먹고 하나 둘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해독초를 찾아 헤매던 마을 아이들은 그것이 마녀 카라바의 성 앞에만 자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들은 무시무시한 카라바의 땅에 솟은 해독초를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물론 우리의 친구 키리쿠가 있으니 걱정은 없다. 키리쿠는 마녀의 부하인 '물신(fetish)'의 모습으로 가장하고 마녀의 땅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전편 <키리쿠와 마녀>가 지니고 있던 철학적 깊이와 극적인 이야기 구성을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옛날 옛적,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듣던 겨울밤의 달콤한 동화를 떠올린다면 <키리쿠, 키리쿠>만큼 흥미진진하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도 없다. 게다가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입체감을 덧입지 않은 <키리쿠, 키리쿠>의 원색적인 평면 이미지들은 동화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고스란히 전한다. <키리쿠, 키리쿠>의 평면적인 이미지에 입체감을 더하는 건 다름 아닌 꿈틀대는 생명력을 자랑하는 아프리카의 모습들이다. 프랑스 국적이지만 유년을 아프리카에서 보낸 미셸 오슬로 감독은 어린 시절, 피부를 맞대고 직접 느낀 아프리카의 느낌을 <키리쿠, 키리쿠>에 생생히 녹여냈다. 무릎을 탁, 칠 만큼 현명한 키리쿠의 지혜만큼이나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는 건 바로 <키리쿠, 키리쿠>가 보여주는 아프리카의 강하고 멋지고 씩씩한 이미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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