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각본 구스 반 산트
출연 마이클 피트, 루카스 하스 아시아 아르젠토, 킴 고든
수입,배급 스폰지 |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97분 | 2005년 한 남자가 숲 속을 걷고 있다. 알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리며 숲길을 헤쳐 나가는 남자의 걸음엔 뚜렷한 목적지가 찍혀 있지 않다. 정처 없이 걷다 작은 강가에 다다른 남자. 옷을 벗고 물가에 쪼그리고 앉은 남자의 등엔 뼈가 앙상하게 도드라져 있다. 숨을 쉴 때마다 크고 작게 조여드는 남자의 등은 지치고 어린 짐승과 닮았다. 음악적 재능과 명성을 모두 거머쥔 뮤지션 블레이크(마이클 피트)는 무대를 떠나 한적한 저택에 머물며 숲을 걷고, 뭔가를 끼적이고, 간혹 기타를 치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 집처럼 눌러앉아 지내고 있는 친구들을 비롯해 전화번호부 직원, 몰몬교 신자 등 낯선 이들이 그의 집을 방문하고, 투어 콘서트를 계획 중인 밴드 동료들은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대지만 그는 그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거나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 명성 뒤에 드리운 허무와 고독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블레이크는 지금, 죽음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은 곧 자신의 의지에 따라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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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이즈 Last Days ⓒ프레시안무비 |
이 영화를 통해 커트 코베인과 그의 음악을 추억하려고 했다면 유감스럽게도 <라스트 데이즈>는 당신의 기대에 등을 돌릴 것이다. 구스 반 산트는 커트 코베인의 삶을 옮기는 데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는다. 그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눈부신 명성과 사회적 성취를 일궈낸 이후 아무것도 남지 않은 '누군가'의 마지막 나날이다. <게리>(2002)와 <엘리펀트>(2003)에 이어 '죽음'의 문제에 다시 한번 초점을 맞춘 구스 반 산트는 <라스트 데이즈>에서 이야기를 걷어내고 지독한 허무와 우울, 견고한 고독감과 단절감 등 죽음 앞에 서 있는 한 남자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영화 속 블레이크는 혼란한 감정과 삶의 탈출구로 죽음을 선택하지만 그렇다고 <라스트 데이즈>가 죽음을 우상화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가 그리는 죽음은 삶이 완결되는 하나의 지점일 뿐이며, 살아있는 다른 타자들에겐 삶 속에 들어박힌 지독한 또 다른 삶일 뿐이다. '커트 코베인'의 이야기를 빌려왔지만 <라스트 데이즈>는 한편으로 구스 반 산트 개인의 이야기일 수 있다. <드럭스토어 카우보이>(1989) 이후 겪었던 원치 않은 유명세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시해왔던 구스 반 산트는 "유명세로 인해 영화를 만드는 작업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사회적 명성과 성취 뒤에 서 있는 '맨 몸의 인간', 그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라스트 데이즈>는 화려한 불꽃놀이 뒤에 남은 잔상을 담담히 바라보듯 삶과 죽음을 담담히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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