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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맨발의 기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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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맨발의 기봉이

감독 권수경 | 출연 신현준, 김수미, 임하룡, 탁재훈 제작 태원 F&M, 지오엔터테인먼트 | 배급 쇼박스 등급 전체 관람가 | 시간 100분 | 2006년 네 살에 열병을 앓아 여덟 살의 지능으로 살아가는 정신지체 1급 엄기봉 씨. 그의 이야기가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을 통해 알려졌을 때, 순수하고 착한 그의 마음과 엄마를 향한 지극한 효심에 수많은 시청자가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한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그가 바로 배우 신현준이다. 엄기봉 씨의 순수함에 감동한 신현준은 그의 삶을 영화로 옮기기로 마음먹고, 영화 <비천무>로 인연을 맺은 권수경 감독에게 <인간극장> 5부작 '맨발의 기봉씨'의 VHS 테이프를 전한다. 엄기봉 씨의 천진한 미소는 권수경 감독의 마음도 단번에 뒤흔들어 놓았다. 이 두 남자의 감동으로 영화 <맨발의 기봉이>는 태어났다.
맨발의 기봉이 ⓒ프레시안무비
남해 바닷가 다랭이 마을에는 여덟 살 지능의 마흔살 노총각 기봉이(신현준)가 산다. 팔순 노모(김수미)와 단둘이 살고 있는 기봉이는 지능은 낮지만 효심과 착한 마음씨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동네사람들의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도와주며 엄마와 알콩달콩 살고 있는 기봉이는 그 누구보다 행복하지만 최근 걱정이 하나 생겼다. 이가 성치 않아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는 엄마에게 틀니를 선물해주고 싶은데 틀니 값이 만만치가 않다. 마을 백 이장(임하룡)도 최근 걱정이 하나 생겼다. 마을 이장 재선을 노리고 있는데 영 뜻대로 될 것 같지가 않다. 평소 기봉이를 아끼던 백 이장은 달리기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기봉이를 전국 아마추어 하프 마라톤 대회에 내보낼 기획을 세우고 기봉이와 함께 마라톤 훈련에 들어간다. 만약 기봉이가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이장 선거에 좋은 홍보가 될 테고, 기봉이는 엄마의 틀니를 살 돈을 마련하게 된다. 기봉이는 달리고 달린다. 엄마에게 틀니를 선물할 수 있다면 기봉이는 어디든, 언제든 달릴 것이다. <맨발의 기봉이>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배우 신현준이다. 선배배우 김수미와 함께 연기하고 싶어 직접 쓴 편지를 들고 김수미를 찾아간 일화로도 유명할 만큼 그는 <맨발의 기봉이>를 위해 더없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맘씨 좋은 정신지체 장애인을 제대로 표현해내기 위해 배우로서 들인 노력에 비한다면 다른 것들은 한낱 '일화'에 지나지 않는다. 신현준은 손발이 뒤틀려 움직임이 둔하고, 어눌하게 말하지만 순박하고 귀여운 기봉이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며 영화에 힘을 보탰다. 최근 코믹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수미도 웃음기를 지우고 팔순 노모의 아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표현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발의 기봉이>는 전체적으로 엉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기봉이의 착한 심성과 노모에 대한 깊은 효심을 엿볼 수 있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전체 이야기에 녹아들지 못하고 기능적으로 그저 '나열'될 뿐이다.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는 기봉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하나 되어가는 과정에선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로에게 서먹하던 백 이장과 아들(탁재훈)이 기봉의 모습 때문에 부자(父子)의 정을 되찾는 과정 역시 억지스럽긴 마찬가지. 실존 인물에서 그대로 가져온 캐릭터는 얼개 없는 이야기와 만나 생기를 잃었고, 다큐멘터리가 전한 생생한 감동 역시 엉성한 영화적 구성에 빛이 바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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