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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이준기, 신작으로 비상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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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이준기, 신작으로 비상 준비 중

[이슈 인 시네마] 새영화 〈플라이, 대디〉 촬영 현장을 가다

4월 21일 서울 방배동 서울 고등학교. 올 2월 크랭크인 후 처음으로 공개된 <플라이, 대디>(제작 다인필름, 제공 아이엠픽쳐스)의 현장은 긴장감과 열기로 팽팽했다. <플라이, 대디>는 소심한 샐러리맨 가필(이문식)이 자신의 가족을 위협한 상대에게 복수하기 위해 고교 싸움짱 승석(이준기) 밑으로 들어가 '40일간의 지독한 훈련'을 받고 자신감을 회복한다는 이야기로 가네시로 카즈키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가 원작이다. 이날 공개된 장면은 훈련을 끝낸 가필이 드디어 복수의 결전을 벌이는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 가필이 '복수의 주먹'을 날리기 전, 링 위에 오른 승석은 '전설의 주먹' 답게 호흡을 가다듬더니 가뿐히 상대를 제압한다. 체육관 한가운데 우뚝 솟은 사각의 링. 링 위에는 세 명의 패거리와 승석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며 서 있다. 링 아래를 가득 메우고 있는 건 희대의 싸움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고교생들. 계속되던 단단한 긴장감을 깨고 먼저 팔을 휘두른 건 승석이다. 가뿐히 날아오른 승석의 팔이 허공을 가르는 사이, 신경전은 한 판 싸움판으로 변하고 만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세 패거리 중 둘은 이미 링 위에 코를 박고 뻗어있다. '컷' 사인이 떨어지자 주먹을 다잡고 있던 이준기의 몸이 그제야 풀어진다. 곧바로 무릎을 꿇고 쓰러진 동료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엔 미안한 표정이 뚜렷하다.
<플라이, 대디>에서 싸움짱 승석을 연기하는 이준기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줄 위의 '공길' vs 링 위의 '승석' '가뿐히' 상대를 제압하는 승석을 연기하기 위해 이준기가 흘린 땀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태권도 3단 유단자인 그지만 "싸움으로 인생을 통달한 묵직한 친구" 승석이 되기 위해선 그것으로 부족했다. 복싱, 무술, 암벽 등반을 거치고 나서야 승석의 몸을 만든 이준기는, 승석의 마음을 제압하기 위해 수십 권의 책을 읽었다. 가필이 산을 오르고, 철봉에 매달리는 등 피땀 흘려 훈련하는 동안 유유히 책만 읽는 승석의 알 수 없는 속을 이해하기 위해 이준기는 승석이 읽는 책이라면 고스란히 따라 읽으며 승석과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하지만 이준기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었다. 1230만 관객의 사랑을 받은 <왕의 남자>에서 왕은 물론이고 관객의 마음까지 훔친, 여자보다 예쁜 남자 '공길'의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공길'의 캐릭터는 분명 이준기에게 배우로서의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게 했지만 그와 동시에 한계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준기가 차기작으로 <플라이, 대디>를 선택하고 액션 연습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을 때 사람들이 일제히 그가 '예쁜 이미지'를 넘어서기 위해 <플라이, 대디>를 선택했다고 믿은 건 이런 탓이다. 하지만 사실 <플라이, 대디>에 출연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왕의 남자>가 개봉도 되기 전이었다. "관객들이 갖고 있는 '공길' 이미지가 승석에게 옮아와 거부감으로 작용할까봐 걱정이었다. 하지만 촬영을 해나갈수록 믿음이 생긴다. 최종태 감독님과 이문식 선배님께 자문을 구하면서 '공길'의 부담감을 조금씩 덜어내고 있다." 이준기의 얼굴을 보는 순간, 자신이 찾던 '승석'이라고 생각했다는 최종태 감독도 <왕의 남자>를 보고 걱정이 앞섰다. "이준기의 얼굴은 참 판타지 적이다. 만화 같은 데서 툭 튀어나온 사람같이 생기지 않았나. 신비감을 갖고 있는 승석에게 딱 어울리는 얼굴인데다 눈매에는 사연이 얽혀 보였다. <왕의 남자>를 보면서 여성적인 선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다. 걱정이었지.(웃음)"
실력급의 댄스 솜씨를 갖고 있는 이준기의 액션은 유연성이 돋보인다.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학교 운동장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원작 소설과 달리 체육관 링 위에서 결전을 맞이하는 <플라이, 대디>의 액션 몇 장면을 보고 있자니 조금씩 '공길'의 부담을 덜어내고 있다는 이준기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왕의 남자>에 이어 <플라이, 대디>에서 무술을 지도하는 오세영 무술감독과 합을 맞추고 있는 그의 날랜 몸동작은 액션을 넘어 선 굵은 한편의 춤 같았다. 머리 위에 태양 대신 드리운 스물다섯 개의 조명을 이고 굵은 땀을 흘리는 이준기에게서 '공길'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다. . 이문식 vs 이준기 이준기가 <플라이, 대디>를 선택한 건 사실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서라기보다 순전히 선배 배우 '이문식' 때문이다. 평소 최종태 감독과 친분이 있던 이문식은 오래 전부터 '가필' 역에 낙점된 상태였다. 최종태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가필은 이문식"이라고 여긴 것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소심하지만 착하고 순한 가필에 이문식보다 더 잘 어울리는 얼굴은 없었다. "이문식 선배님이 선택한 영화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플라이, 대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존경하는 배우이고, 배우고 싶은 선배였다. 같이 작업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다. 부족한 것은 채워주고, 현장에선 편하게 모든 걸 이끌어주신다." 이문식에 대한 이준기의 '맹목적 기대'와 달리 이문식은 사실 상대역 이준기가 걱정이었다. "잘 생긴 건 부러웠다.(웃음) 하지만 너무 차이가 나지 않나. 얼굴 '선'도(웃음) 차이 나지만 세대차이도 나고. 여러모로 걱정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순전히 기우였다. 오히려 캐릭터에 다가가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로서 내가 많은 걸 배운다. 자질 있는 배우다. 간혹 귀여움을 떨어줘서 좋기도 하고.(웃음)"
수많은 액션을 연마해야했던 이준기와 달리 이문식은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혹독한 훈련을 치러야 하는 역인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가필은 영화 중반까지 그저 훈련을 받을 뿐 별다른 액션을 하지 않는다. 무술의 '합'만 인식하는 수준이지. 전반엔 운동도 안하고 오동통하게 나온다. 하지만 훈련으로 단련된 몸을 보여줘야 하는 후반엔 10kg 이상 몸무게를 감량해야했다." <플라이, 대디>의 가필은 서른아홉, 승석은 열아홉이다. 하지만 승석이 인생과 싸움의 스승인 탓에 가필은 꼬박꼬박 승석에게 고개 숙여 존대한다. 반면, 승석은 반말을 찍찍하며 제자를 '버릇없이' 가르친다. 이런 탓에 촬영을 80%가량 끝낸 지금 이문식과 이준기는 선배와 후배보다 오히려 친구 같다. "실제 나이로 보면 '삼촌과 조카' 쯤 되겠지. 하지만 그런 걸 떠나 이준기는 내게 그저 '좋은 인연'이다. 인연을 이어나가 앞으로도 또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이문식을 대견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준기. 그들에게 서로는 '좋은 인연'인 동시에 스승과 제자다. 가필이 승석에게 싸움의 기술을 배우듯 이문식은 이준기에게, 이준기는 이문식에게 연기를 배우고 있다. . <플라이, 대디, 플라이> vs <플라이, 대디> <플라이, 대디>의 원작 소설인 가네시로 카즈키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마흔 일곱의 샐러리맨 스즈키 하지메가 딸을 폭행한 고교 복싱선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한 달 반 동안 혹독한 훈련을 받고 복수의 결전을 벌이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스즈키 하지메'로 대표되는 일본의 나약한 가장, 소심한 샐러리맨은 지금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승석'의 원래 캐릭터인 '박순신'이었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서 스즈키 하지메를 훈련시키는 '박순신'은 재일한국인이다. 박순신은 일본사회에서 인종차별을 겪으며 자란 주변부 인생일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아픔이 많은, 인생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소년이다.
이날 공개된 대규모 액션 신은 <플라이, 대디>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가필의 결전의 복수'를 그린다. 촬영팀은 이날 액션 신을 시작으로 3일 밤낮 계속되는 '결전의 액션 촬영'에 들어갔다.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재일한국인으로 일본사회에 갖고 있는 불만이 '박순신'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이것을 한국의 현실로 옮기려니, 순신의 아픔을 승석에게 옮겨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순신을 한국 관객에게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을까'에 가장 골머리를 앓았다. 가필의 딸이 겪는 아픔과 승석의 아픔이 같다는 데서 그 해결점을 찾았다. 아버지뻘인 가필을 훈련시키면서 승석이 느끼는 가장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진하게 부각할 생각이다." 최종태 감독은 <플라이, 대디>에서 원작의 순신이 갖고 있던 사회적 불만을 가장과 영웅에 대한 그리움으로 치환할 생각이다. 하지만 원작이 그렇듯 이를 무겁게 그릴 생각은 없다. "사이사이 코미디가 가미된 예쁘고 따뜻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게 감독의 생각이다. 가네시로 카즈키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일본에서 이미 동명의 영화로 제작돼 작년 여름 개봉했다. 가네시로 카즈키 본인이 시나리오를 맡았고, 아이돌 그룹 V6의 멤버 오카다 준이치가 순신, <착신아리>의 쓰쓰미 신이치가 스즈키 역을 맡았다. 그럼에도 최종태 감독이 <플라이, 대디>를 만들 결심을 한 건 "아주 일상적이고 사실적인 것이 발단이 되지만 그것을 푸는 판타지적인 방법"이 감독의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신비롭게 등장해 조금씩 현실감을 찾는 승석과 오로지 현실 감각 뿐이던 가필이 판타지적으로 변해가며 만들어내는 삶의 에너지"가 관객에게 따스한 힘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현재 80%가량 촬영한 <플라이, 대디>는 오는 5월 경 촬영을 마무리하고 무더운 여름,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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