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구 허리우드 극장)가 오는 4월 22일부터 29일까지 '2006 CINE Rendez-vous: 새로운 영화와의 재회'를 시작한다. 'CINE Rendez-vous'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미지의 명감독들의 작품을 모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번 행사에서는 90년대 중반 이후 만들어져 세계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7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트러스트>, <심플맨> 등을 만들며 90년대 미국 독립영화계의 기린아로 떠오른 할 하틀리. 그는 프랑스 단편영화 제작 배급 회사인 '오뜨 에 꼬뜨'와 공영 텔레비전 문화 채널 '아르떼'를 통해 2000년 맞이 프로젝트를 제안받는다. 할 하틀리가 빚어낸 새 천년 프로젝트는 <인생전서>. 1999년 12월 31일, 미국 JFK공항에 예수와 그의 조수 막달라 마리아가 나타난다. 이들이 맡은 임무는 혼란한 세상을 향해 최후의 심판을 내리는 것이다. 영화는 새 천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불안감과 희망을 빠른 리듬의 영상과 격렬한 음악 안에 담아낸다. 주변부 인생들의 삶과 감수성을 블랙 유머로 풀어내는 할 하틀리 특유의 연출법과 기상천외한 인물들이 빚는 슬랩스틱 유머가 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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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으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가스파 노에가 연출한 <아이 스탠드 얼론>은 분노와 폭력, 복수를 그린다. 가스파 노에의 극영화 데뷔작인 <카르네>는 자폐 증세가 있는 딸의 초경을 보고 강간당한 것으로 오인, 무고한 남자를 살해한 한 도살업자의 생애를 다룬 작품. <아이 스탠드 얼론>은 <카르네> 후일담으로, 수감 생활을 마친 도살업자가 새 삶을 꾸려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하지만 살인자의 사회 복귀 여정이 평탄할 리 만무하다. 사랑과 직업을 찾는 과정에서 사회의 단단한 벽을 온몸으로 체감한 주인공은 세상을 향한 복수의 탄알을 장착한다. '이 나라의 창자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투쟁하는 실직한 도살업자의 비극'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아이 스탠드 얼론>은 한 인물의 고립감과 분노가 폭력으로 번져가는 모습을 통해 프랑스 사회를 교묘하게 비꼬고 있다. <환상의 빛>이란 작품 역시 주목할 만하다. 평화로운 가정생활을 꾸리고 있던 유미코는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남편이 기찻길로 뛰어들어 자살했다는 것. 그리고 5년 뒤 어느 날, 우연히 남편이 자살한 날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무도 모른다>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유년을 전통적인 일본 시골 마을에서 보냈다. 이때의 경험은 훗날 그의 작품 전편에 기억과 육체, 자연에 대한 관심으로 새겨진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동성애, 재일 한국인 등 일본 사회 주변인들의 생활에 관심을 기울여온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극영화인 <환상의 빛> 역시 그의 이런 관심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작품이다. 롱 숏으로 담아낸 절제된 영상으로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유영하는 인물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스즈키 세이준의 <피스톨 오페라>에서 카리스마적 매력을 선보인 에스미 마키코의 전혀 다른 이미지와 아사노 타다노부의 앳된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파리 탐방기라 할 만한 <안녕 나의 집>은 집나온 대부호의 아들, 니콜라스가 경험한 파리의 다양한 풍경을 담고 있다. 구 소비에트 연방 그루지아 출신으로, 검열을 피해 80년대 프랑스로 활동 무대를 옮긴 이오셀리아니 감독은 <안녕 나의 집>을 통해 현실과 우화를 뒤섞어, 현실을 더욱 밀도 깊게 짚어낸다. 브루노 뒤몽 감독의 <휴머니티>는 여아 강간 살해 사건을 통해 인간 내부에 감춰진 야수성과 인간성을 견주며 관객에게 인간 본성을 되묻는 작품. 강간, 살인, 섹스, 폭력 등 인간의 야수성을 들추면서 '휴머니티'를 탐구하는 브루노 뒤몽 감독의 시선은 관객에게 섬뜩한 깨달음을 전한다. 상영작과 상영 시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www.cinematheque.seoul.kr) 참고.
상영작 <앤젤 더스트> 이시이 소고 감독
<환상의 빛>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생전서> 할 하틀리 감독
<아이 스탠드 얼론> 가스파 노에 감독
<솜브르> 필립 그랑드리외 감독
<휴머니티> 브루노 뒤몽 감독
<안녕 나의 집>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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