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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피터팬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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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피터팬의 공식

감독,각본 조창호 | 출연 온주완, 김호정, 옥지영, 박민지 제작 LJ필름 | 투자,배급 CJ엔터테인먼트 | 등급 18세 관람가 시간 108분 | 2005년 열아홉 고3은 참 이상한 때다. 어른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나이지만 쑥쑥 자라난 몸을 보고 있자면 아이도 아니다. 거기다 고민은 또 왜 그리 많은지. 입시나 이성친구에 대한 고민은 기본이고 해결할 길 없는 성적 호기심은 가장 왕성할 때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수영 특기생 한수(온주완)는 전국체전 1등쯤은 거뜬히 차지할 만큼 뛰어난 기록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고민에서 빗겨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연습을 마친 한수는 갑자기 수영 선생에게 "기껏해야 아시아 1등 밖에 더 하겠냐"는 말만 남기고 수영을 그만둬 버린다. 그리고 이어 한수는 엄마가 살충제를 마시고 자살을 기도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식물인간이 되어 한수 앞에 누워 있는 엄마가 남긴 유언에는 "허무하다"는 말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피터팬의 공식 ⓒ프레시안무비
자신을 버리고 느닷없이 자살을 결심한 엄마를 간호하는 일이 버거운 한수에게 비싼 병원비 역시 고민거리. 거기에 수영을 계속하라는 수영선생과 수영반 친구들의 집요한 설득이 계속되고, 엄마의 밀린 카드 값을 독촉하는 카드회사 직원들은 집으로 쳐들어와 행패를 부린다. 어디 한 군데 마음 둘 곳 없는 한수는 얼마 전 옆집에 이사 온 인희(김호정)의 피아노 선율에 마음을 달래고, 엄마와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의 보호자인 미진(옥지영)에게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몸은 다 커버렸지만 어른이 되기엔 아직 어린 한수는 인희에게 점차 위로를 넘어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요구한다. 가만히 놓고 보아도 아픈 나이 열아홉. 하지만 한수의 상처는 여느 아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맵다. 그러나 <피터팬의 공식>은 이런 아픔 앞에 유난을 떨지 않는다. 어른이 되기 전의 혼란과 고민, 잃어버린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 달콤하게 잠들고 싶은 회피 본능,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성적 욕망 등을 세심하게 묘사하지만 어느 것 하나 과장하지 않고 찬찬히 들여다 볼 뿐이다. 실제인지 판타지인지 구별할 수 없는 몽환적인 영상들이 겹쳐지지만 그렇다고 <피터팬의 공식>이 '반짝 반짝 빛나는 판타지'의 세계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아프고 처절한 한수의 성장통을 담담히 그리는 데 주력하면서도 결국 그 끝에 놓인 '희망'을 노래한다. 하지만 성장통과 희망을 담기 위해 이 영화에 사용된 수많은 상징들은 제목처럼 '공식'에 가깝게 도식적이어서 별 매력이 없다는 게 아쉽다. 영화의 마지막, 길을 알려줄 등대를 향해 헤엄쳐 가는 한수를 바라보면서도 희망과 위안이 느껴지지 않는 건 그 희망 역시 도식적인 상징 안에 기대어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피터팬의 공식>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화제가 됐다. 작년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올해 초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해외 관객을 만난 <피터팬의 공식>은 지난 3월, 프랑스 도빌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5억 원의 초저예산으로 6주 만에 찍어낸 <피터팬의 공식>으로 큰 상을 거머쥔 조창호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을 거쳐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한 신예 감독. 온주완은 통통 튀는 아이돌 스타의 이미지를 벗고, 성장통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으로 삭히는 한수를 훌륭히 소화했고, <나비><모두들, 괜찮아요?>의 김호정은 젊은 연기자들의 연기 호흡에 안정감을 더했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옥지영, <제니, 주노>의 박민지의 얼굴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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