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14일부터 20까지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구 허리우드 극장)에서 '라울 루이즈 특별전'이 열린다. 1941년 칠레에서 태어나 아르헨티나에서 신학과 법을 공부한 라울 루이즈는 전위적인 연극 대본을 집필한 극작가이자 연극 연출가였다. 1968년 <슬픈 호랑이>를 시작으로 영화 연출에도 뛰어든 그는 견결한 사회주의자이기도 했다. 칠레 최초의 좌파 정부, 아옌데 정부의 영화정책 고문으로 일한 라울 루이즈는 1973년, 피노체트의 군부 쿠데타를 피해 프랑스로 망명한 후 최근작 <클림트>(2006)에 이르기까지, 영화 연출은 물론 영화 이론, 극작, 연극 연출 등 여러 매체와 여러 나라를 종횡무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그의 대표작 8편을 소개한다. 1970년대 초반, 루키노 비스콘티는 자신의 마지막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굳은 각오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스크린 위에 옮기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결국 각오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조셉 로지도 뒤이어 '프루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이 역시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담고 있는 이야기의 방대함과 심오함을 영상으로 떠내는 작업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라울 루이즈는 마르셀 프루스트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감독들의 이러한 무력감을 극복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지막 권을 영화로 옮겨냈다. 카트린 드뇌브, 벵상 페레, 엠마누엘 베아르, 존 말코비치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되찾은 시간>은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고, 환상과 현실이 얽혀든 복잡한 서사 구조를 그대로 옮기는 데 주력하는 대신 주물을 떠내듯 이야기를 이미지로 변환시켰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162분, 169분 등 여러 버전 가운데 158분 판으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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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삶과 하나의 죽음>은 남미 환상문학에 영향을 받은 '환상 영화'의 대가, 라울 루이즈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작이다. 자신의 집이 마주보이는 곳에서 20년을 살다가 집으로 돌아가 죽는 남자, 거지가 되는 부자, 갑자기 유산을 상속받은 젊은 커플 등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희비극이 그려진다. 명배우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의 1인 4인 연기가 눈길을 끄는 작품. <해적들의 도시>는 <피터팬>과 <보물섬>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사랑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룬다. <그날>, <꿈속의 사랑싸움> 등 라울 루이즈의 여러 작품을 촬영한 포르투갈 출신 알메이다가 환상적인 이미지를 프레임에 담아내 몽환적인 영상을 제공한다. <해적들의 도시>에 이어 라울 루이즈와 파스칼 보니체의 합작 시나리오로 완성된 <범죄의 계보>는 아동심리 분석가가 자신의 다섯 살 난 조카가 범죄 성향을 지녔음을 확신하고 자신을 죽이길 고대한다는 내용. 고딕 풍의 범죄물과 멜로 드라마가 혼재하는 <범죄의 계보>는 카트린 드뇌브, 미셸 피콜리, 멜빌 푸포 등 프랑스의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 최근 국내 개봉한 프랑소와 오종의 <타임 투 리브>의 주인공 멜빌 푸포는 <해적들의 도시><세 개의 삶과 하나의 죽음><범죄의 계보><꿈속의 사랑싸움> 등 총 4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4월 18일에는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김성욱과 영화학 박사 김성태의 진행으로 '라울 루이즈와 영화의 환상성'을 주제로 한 포럼을 진행, 라울 루이즈의 영화 세계를 심도 깊게 소개한다. 상영작과 포럼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www.cinematheque.seoul.kr)을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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