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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여, 이 영화 꼭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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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여성들이여, 이 영화 꼭 봐라

[특집]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 필견 베스트 10편

4월 6일 서울여성영화제가 여덟 번째로 문을 연다. 33개국에서 온 7개 부문, 97편의 영화 가운데 과연 어떤 작품들을 골라 봐야 할까. 올해 프로그램은 여느 해에 비해 다큐멘터리가 강세라는 평가다. 국내에선 거의 접할 수 없었던 아프리카 영화까지 두루 구비돼 있다. 꼭 챙겨보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지 모르는 '필견 베스트 10편'을 모았다. 이번 여성영화제는 14일까지 9일간 서울 신촌아트레온 극장에서 펼쳐진다. . .
법조계의 자매들 ⓒ서울여성영화제
<법조계의 자매들> 킴 론지노토, 플로렌스 아이시 | 영국, 카메룬 | 2005년 | 104분 | 다큐멘터리 카메룬의 한 작은 법정. 가족과 마을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무슬림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항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여성 검사 베라와 여성 재판관 베아트리스는 이런 이들을 도와 유아강간범, 아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남편 등을 법과 정의로 심판한다. 베라와 베아트리스의 공정하고 엄격한 법정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던 무슬림 여성들에게 폭력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전해준다. 법과 정의, 지혜와 재치가 함께 하는 법정을 통해 폭력에 노출된 아프리카 여성들의 밝은 미래를 점쳐볼 수 있게 하는 <법조계의 자매들>은 제8회 여성영화제 개막작이다. .
내 남자의 유통기한 ⓒ서울여성영화제
<내 남자의 유통기한> 도리스 되리 | 독일 | 2005년 | 102분 | 드라마 패션 디자이너 이다와 수의사 오토는 일본의 한 시골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첫눈에 서로에게 넋을 잃은 이들은 내친 김에 전통 일본식으로 결혼식까지 치러버린다. 독일의 일상으로 돌아온 이다와 오토. 사랑과 결혼은 눈이 멀어 해치워버렸지만 함께 꾸려 가야할 일상은 그것과 다르다. 금전적 안정과 편안한 삶이 최고라 여기는 여자와 정처 없이 자유롭게 사는 것이 최고인 남자가 딱 들어맞을 수는 없는 법. <내 남자의 유통기한>은 우연히 사랑에 빠져 결혼을 넘어선 남녀의 좌충우돌을 흥겹게 담아낸다. <파니 핑크>를 연출하기도 한 도리스 되리 감독은 여성영화제를 찾아와 관객과 직접 만난다. .
연인, 타인 ⓒ서울여성영화제
<연인, 타인> 바바라 해머 | 미국 | 2006년 | 55분 | 실험 다큐멘터리 초현실주의 예술가, 배우, 작가, 문화평론가였으며 그와 동시에 나치정권에 반대하는 레지스탕스였던 레즈비언 클로드 커훈. <연인, 타인>은 클로드 커훈과 그녀의 이복자매이자 연인이었던 마르셀 무어의 삶을 조명한다. 사진과 문서자료, 인터뷰, 극화된 장면들의 콜라주를 통해 재탄생한 클로드 커훈과 마르셀 무어의 삶은 창작에의 의지와 불합리한 삶에 대한 투쟁으로 가득하다. 1910년경 사랑에 빠진 이후, 1944년 레지스탕스 혐의로 게슈타포에 체포돼 사형을 언도받기까지 평생을 같이한 이들의 삶은 80여 편이 넘는 영화와 비디오 작업을 해온 바바라 해머의 손에 의해 다시 쓰여졌다. 그 자신이 레즈비언이기도 한 바바라 해머는 <다이크 택틱스>(1974) <내가 사랑한 여자>(1976) 등 영화 역사 상 최초의 레즈비언 영화들을 제작했다. .
분노의 사진 ⓒ서울여성영화제
<분노의 사진> 자넬레 무홀리 | 남아프리카공화국 2005년 | 15분 |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무홀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녀의 카메라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 특히 흑인 동성연애자들의 이야기다. 흑인 동성연애자들의 일상과 그들이 겪는 고통, 차별, 폭력 등을 고스란히 포착해 드러내는 자넬레 무홀리의 사진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큰 소동을 불러일으킨다. 멀게만 느껴졌던 아프리카의 영화들을 한 자리에 모은 '아프리카 특별전: 나의 아프리카들'에는 <분노의 사진>을 비롯해 <흉터><부치 미스티끄>까지 동성애를 주제로 한 세 편의 영화가 마련되어 있다. 아프리카라는 사회 속 흑인 동성연애자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카레 카레 즈와코: 옛날 옛적에 ⓒ서울여성영화제
<카레 카레 즈와코: 옛날 옛적에> 치치 단가렘바 | 짐바브웨 | 2004년 | 30분 | 판타지 오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짐바브웨의 한 마을. 먹을 것이 전혀 없음에도 식량을 구해올 생각은 조금도 없는 가장을 대신해 아내가 식량을 구하러 나선다. 그녀가 찾은 먹거리는 다름 아닌 개미. 하지만 남편이 아이들 몫의 개미까지 탐을 내자 아내가 질책하고, 화가 난 남편은 아내를 죽이기로 작정한다. 그러나 죽은 줄 알았던 아내는 개미 정령의 도움으로 살아 돌아온다. <카레 카레 즈와코: 옛날 옛적에>는 짐바브웨의 오래된 전설을 판타지와 뮤지컬 형식으로 독특하게 옮겨놓은 영화다. 판타지가 뒤섞인 흥미로운 영상도 볼거리지만 짐바브웨의 다양한 최신 유행 음악들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
여성의 영화 ⓒ서울여성영화제
<여성의 영화> 샌프란시스코 뉴스릴 | 미국 1971년 | 41분 | 다큐멘터리 <여성의 영화>는 가사노동에 열중하는 여성의 다양한 손들로 시작한다. 미국 노동계급 여성들은 직장업무는 물론이고 요리를 비롯한 집안청소, 육아 등 가사일도 모두 감내해야 한다. 직장과 가정, 모두를 짊어져야 하는 미국 노동계급 여성들의 일상이 그려지는 동시에 영화 중간중간 결혼생활의 괴로움을 토로하는 여성들의 고백이 함께 한다. <여성의 영화>는 자신들이 처한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사회문제에 눈을 뜬 여성들이 반전시위대와 함께 거리에 서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의 영화>를 포함해 1960~70년대 미국과 유럽의 페미니스트 뉴스릴 및 다큐멘터리 작품을 모아둔 '페미니스트 다큐멘터리의 선구자들: 천 개의 목소리' 섹션의 작품들은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까울 만큼 빛난다. .
침묵에 대한 의문 ⓒ서울여성영화제
<침묵에 대한 의문> 마를린 호리스 | 네덜란드 | 1982년 | 92분 | 드라마 <안토니아스 라인>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마를린 호리스 감독의 데뷔작. 암스테르담의 한 옷가게에서 남자 주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세 여인. 그러나 그들은 그날 우연히 가게에 들른 생면부지의 주부, 이혼녀, 독신녀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경찰은 심리학자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마를린 호리스 감독은 <침묵에 대한 의문>에서 세 명의 여성을 통해 가부장제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감독 특별전'으로 마련된 마를린 호리스의 작품들은 그녀의 대표작 <안토니아스 라인>을 비롯 <침묵에 대한 의문><부서진 거울><댈러웨이 부인> 등 총 네 편이다. .
비행기 납치범, 레일라 카흐레드 ⓒ서울여성영화제
<비행기 납치범, 레일라 카흐레드> 리나 마크보울 | 스웨덴 | 2005년 | 58분 | 다큐멘터리 팔레스타인 하이파 태생의 레일라 카흐레드는 1969년 로마행 비행기를 납치한다. 이 사건으로 전세계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소속인 그녀는 세계 최초의 여성 비행기 납치범이 되었다. 팔레스타인계 스웨덴 감독 리나 마크보울은 이후 자취를 감춘 그녀의 행방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6번의 성형으로 얼굴을 바꾸고 요르단에서 살아가고 있는 카흐레드를 만난다. 두 아들과 남편을 둔 평범한 주부인 동시에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여전히 강경책이 필요하다고 믿는 투쟁가 카흐레드를 통해 폭력적 수단이 동원되는 테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다큐멘터리. .
밀리언달러 블랙 다이크 ⓒ서울여성영화제
<밀리언달러 블랙 다이크> 테사 부르허만, 사무엘 레이지허 | 네덜란드 2004년 | 53분 | 다큐멘터리 레즈비언 혼혈 복서인 미셸 아보로는 21전 21승 18KO의 화려한 전적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소속사인 스포츠 에이전시 유니버섬으로부터 어느 날 돌연 계약파기를 당한다. 이유는 그녀가 '프로모션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것'. 실력에 덧붙여 여성성을 상품화하는 전략에도 동승해야 살아남는 게 여성 스포츠인들이 처한 현실이다. 아보로와 같은 소속사인 레지나 할미치는 가슴을 드러낸 반신 누드화보를 찍고,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기자 회견장을 찾는 등 소속사의 요구에 충실히 따라 현재도 맹활약 중인 스타 복서가 됐다. <밀리언달러 블랙 다이크>는 미셸의 이야기에 다른 복싱 선수들의 인터뷰를 함께 버무리며 성별, 인종, 섹슈얼리티의 문제와 점점 상품화되어 가는 여성 스포츠의 현실을 가늠한다. .
우리들은 정의파다 ⓒ서울여성영화제
<우리들은 정의파다> 이혜란 | 한국 | 2006년 | 80분 | 다큐멘터리 미래에 대한 꿈만으로도 배부른 16살. 하루 14~15시간의 노동을 견뎌야 하는 소녀들이 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남성 노동자 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일당 70원. 게다가 남성 관리자들의 인격 모독과 폭력, 성희롱까지 견뎌야 한다. 이를 참을 수 없어 남성 중심의 어용노조를 뒤엎고 최초의 여성 지부장과 여성 집행부를 탄생시켰지만 이들은 전원 해고되고 말았다. 19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그린 <우리들은 정의파다>의 주인공들은 30년이 지난 지금, 50살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투쟁하고 있다. 서울여성영화제와 옥랑문화재단이 함께 하는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제 '다큐멘터리 옥랑상' 가운데 한 편인 <우리들은 정의파다>는 1970년대,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여성 노동자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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