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 60년대 서부극의 단면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오는 4월 1일부터 9일까지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구 허리우드극장)에서 열리는 '황혼의 서부: 안소니 만, 샘 페킨파 서부극 특별전'은 1950, 60년대 '특별'했던 거장 안소니 만과 샘 페킨파의 영화 7편을 모아 상영한다. 미국의 서부극은 영화의 탄생과 그 기원을 거의 같이 한다. 영화 탄생 이후 영화가 수많은 변화와 발전을 겪었듯 서부극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해왔다. 존 웨인 같은 '이상적 영웅'을 내세워 1940년대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던 서부극은 전후 미국의 암울한 분위기와 맞물린 1950, 60년대에 이르러 변화의 순간을 맞았다. 존 포드의 고전적 서부극은 그렇게 서서히 다른 모습으로 옮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부에 안소니 만과 샘 페킨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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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서부: 안소니 만, 샘 페킨파 서부극 특별전 ⓒ서울아트시네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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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해가는 공동체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심리, 사회적 갈등을 세밀하게 포착해낸 안소니 만은 '심리 서부극'의 대표 주자로 불린다. 그는 항상 '폭력의 시대'를 그려냈지만 폭력 그 자체보다 사회 속에서 상처 입은 개인의 심리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안소니 만의 1958년 연출작 <서부의 사나이>는 일반인, 이상적 영웅, 악당으로 분류되던 기존의 전형적인 웨스턴 인물 목록에 새로운 인물을 올려놓았다. 게리 쿠퍼가 구현해낸 이 인물은 영웅과 반 영웅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모호한 심리 상태를 지니고 있다. 안소니 만이 마지막으로 연출한 서부극 <서부의 사나이>는 심리적 웨스턴의 정점이자 그의 대표작으로 불린다. '피흘리는 샘' '폭력의 피카소'라 불리며 쿠엔틴 타란티노, 오우삼, 월터 힐의 영화 세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샘 페킨파는 현대 영화에 '폭력'을 화두로 내세운 최초의 감독이다. 그는 서부 개척이 낭만적 모험이 아니라 영토 확장을 위한 침탈의 과정임을 폭로하며 '수정주의 서부극'을 만들어냈다. 이상적인 인물로 표현되어 오던 서부의 영웅들이 샘 페킨파의 세계로 들어와서 비열한 떠돌이 무법자가 된 것이다.
. 최근 국내 DVD 발매를 기념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된 <와일드 번치>는 샘 페킨파의 수정주의 서부극의 전형과도 같은 작품이다. 현장 판매 2시간 만에 표가 동이 날 만큼 <와일드 번치>에 대한 관객의 관심은 높았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서부의 마지막 총잡이를 통해 사라져 가는 서부의 가치들을 에둘러 표현한 <대평원>(1962), 초기 서부 개척 시대에 대한 비가 <케이블 호그의 발라드>(1970), 서부 개척자 중 가장 유명한 무법자 중 하나인 빌리 더 키드의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한 <관계의 종말>(1973) 등 세 편의 샘 페킨파 서부극을 만날 수 있다. 4월 4일에는 영화감독 오승욱과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김성욱의 진행으로 '안소니 만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는 특별 대담 시간도 함께 가진다. 영화와 특별 대담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www.cinematheque.seoul.kr)를 참조하면 된다.
상영작 - 안소니 만 감독 <윈체스터 73><운명의 박차><틴 스타><서부의 사나이>
- 샘 페킨파 감독 <대평원><케이블 호그의 노래><관계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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